대만 '미투 운동' 확산시킨 23세 女…"생존자들, 목소리 내라"[피플in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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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미투(나도 당했다·Me Too) 운동이 확산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성희롱 혐의로 고발된 인물은 100여명.
이번 캠페인은 대만 집권 민진당(DPP)의 전 당원이었던 23세 첸치엔주가 업무를 마치고 차에 탑승해 이동하는 도중, 상사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글을 지난 5월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민진당 내부에서 시작된 이번 미투 운동이 정계 뿐만 아니라 학계, 스포츠계, 연예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현재 대만에서는 100건 이상의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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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서 장소 어디든 성희롱 만연…목소리 낼 공간 유지되길"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대만에서 미투(나도 당했다·Me Too) 운동이 확산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성희롱 혐의로 고발된 인물은 100여명. 이번 캠페인은 대만 집권 민진당(DPP)의 전 당원이었던 23세 첸치엔주가 업무를 마치고 차에 탑승해 이동하는 도중, 상사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글을 지난 5월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첸치엔주는 당시 자신의 상사이자 민진당 성평등 부서장이었던 고위 당직자 쉬차이티엔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뒤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는 "그래서 뭐? 나더러 어쩌라는 것인가"라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또 첸은 상사로부터 '왜 비명을 지르거나 차에서 탈출하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첸치엔주가 작성한 이 폭로글은 내년 1월 집권 민진당이 정권을 이어가야만 중국에 대한 독립과 미국과 밀착하는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미묘한 시기에 나왔다. 민진당 내부에서 시작된 이번 미투 운동이 정계 뿐만 아니라 학계, 스포츠계, 연예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현재 대만에서는 100건 이상의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와중에 민진당은 스캔들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4년만에 최치로 떨어지는가하면 내년 민진당 총통 선거에서 후보로 지명된 라이칭더 대만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급락 중이다.
이에 민진당 고위 당직자 일부는 사임했고, 라이칭 후보는 당내 성추행 문제 처리 방식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첸은 3일(현지시간) '더 차이나 프로젝트'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에 고발 글을 올리기 전 내 자신을 돌보고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말 많이 힘들었고, 펑펑 울고 나니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풀고 나니 이제 이 일을 뒤로하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첸은 "나는 이 자리에 서기 전부터 내가 혼자 생존한 것이 아니라 다른 생존자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첫 걸음을 내딛고 내 이야기를 전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첸은 '공개를 결심했을 때 대중의 반응이 어떨지 예상했는지' 묻는 질문에 "나의 사건이 잘 처리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만에서는 성희롱 문제가 사무실이든, 학교든 만연하다. 이 사회에서 성희롱은 여성에게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첸은 "성희롱을 당했을 때 느끼는 혐오감, 수치심, 두려움 등 모든 감정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연예계와 스포츠 등 다양한 업계로 확산될 줄은 몰랐다. 어떤 움직임이 시작되면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다. 또한 앞으로 나아갈 때 이를 통제할 수도 없다. '10년 전 일어난 일로 지금 나를 괴롭힌다'라고 말하는 남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포식자 대 생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어쩌면 남성들도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신의 바운더리(한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첸은 "미투 운동은 진흙탕 싸움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미투 운동은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생존자 스스로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운동의 본질에 충실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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