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6분간 잡아둔 택배기사, 욕설한 주민 밀쳐 숨졌지만 집행유예… 왜?

현화영 2023. 7.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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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단지에서 한꺼번에 빠르게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한 엘리베이터를 약 6분간 잡고 있던 택배기사가 이에 항의하며 욕설한 주민을 밀쳐 사망에 이르게 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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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다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한 점과 유족과 합의한 점, 집행유예 평결한 배심원들의 의견 존중해 형 정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한꺼번에 빠르게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한 엘리베이터를 약 6분간 잡고 있던 택배기사가 이에 항의하며 욕설한 주민을 밀쳐 사망에 이르게 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또한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5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A씨는 이날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10일 부산 연제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B씨(50대)의 어깨를 밀쳐 넘어뜨려 머리를 크게 다치게 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복도형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문에 택배 상자를 끼워두고 뛰어다니며 여러 세대에 물품을 배송했다. 그는 설 연휴 전이라 물량이 평소에 비해 2배가량 많아 제때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작업을 했다고 한다.

여러 층을 이동하며 6분 뒤 배송을 마친 A씨는 아래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다시 탑승했다.

그런데 1층으로 내려가던 중 엘리베이터에 탄 B씨가 택배 짐수레를 발로 차며 “XX놈아”라고 욕설을 했다. 당시 B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오랫동안 엘리베이터를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욕설을 듣고 화가 난 A씨는 B씨의 어깨를 밀쳤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어 B씨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세게 찧었다. 놀란 A씨는 곧장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넘어진 B씨는 2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닷새 후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숨졌다.

A씨는 사망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며 상해치사가 아닌 폭행치사를 주장했다.

상해치사와 폭행치사의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법정형은 동일하지만, 상해치사는 상해의 고의가 인정된 범죄인만큼 좀 더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 주장과 달리 피해자가 가만히 서 있는데 밀어 넘어뜨린 것은 방어적인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으로선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는 경우 머리 골절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B씨는 평소 소음 등을 이유로 이웃주민, 택배기사, 배달원 등과 상당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 사망 후 A씨는 장례식장에 찾아와 유족과 원만히 합의했고, 입주민들도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 재판에서 배심원 7명 모두 유죄를 평결했고 상해치사가 인정 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깨를 강하게 밀쳐 사망에 이르게 된 점을 유죄로 판단한다. 피고인에게는 2차례 모욕죄 처벌 전력이 있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범죄 결과에 대해 모두 반성하고 있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다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한 점과 유족과 합의한 점, 집행유예를 평결한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형을 정했다”라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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