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500번 넘게 외친 손정의, 180조원 쓰고도 흐름 놓쳤다”

정미하 기자 2023. 7.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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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82조원을 쏟아부으며 인공지능(AI) 기업 투자에 나섰지만, 최근 '챗GPT'가 불러온 AI 대세 흐름은 놓치는 등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소프트뱅크 측은 비전펀드가 지원하는 기업의 90%가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AI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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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82조원을 쏟아부으며 인공지능(AI) 기업 투자에 나섰지만, 최근 ‘챗GPT’가 불러온 AI 대세 흐름은 놓치는 등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가 AI를 강조했는지를 감안하면 ‘비전 펀드’가 AI 투자 흐름을 놓쳤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 로이터 연합뉴스

손 회장은 6년 전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를 출시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우리는 무작정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AI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1400억달러(약 182조21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는 2017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에서 ‘AI’를 500회 이상 언급할 정도로 AI에 집중했다.

하지만 AI 관련 투자 성과는 미미하다. 우선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적었다.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018억원) 가 넘는 생성형 AI 유니콘 기업 26개 중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곳은 하나뿐이다. 소프트뱅크의 경쟁사인 코투, 라이트스피드, 타이거 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이 생성형 AI 기업들에 각각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소프트뱅크는 AI 열풍의 수혜를 입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도 놓쳤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7년 엔비디아에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지분 투자했지만 2년 뒤인 2019년 이 회사 주식을 매각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그 이후로 약 10배 상승했다.

또 소프트뱅크 측은 비전펀드가 지원하는 기업의 90%가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AI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WSJ는 “소프트뱅크는 수년간 투자하면서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회사는 피하고 자율주행기술 회사 등에 돈을 쏟아부었다”고 분석했다.

시점도 문제로 꼽힌다. 과거 소프트뱅크가 1000억달러(약 130조300억원) 규모의 비전펀드 1호를 출시한 직후 약 6년간 생성형 AI 기술 개발은 초기 단계에 불과했다. 지원할 만한 AI 기업을 선별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초 소프트뱅크가 기술주 급락으로 기록적 손실을 보면서 스타트업 신규 투자를 중단하자 생성형 AI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시작했다. 같은 해 하반기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AI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손 회장이 다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투자자 대상 회의에서 “실수를 많이 해서 부끄럽다”며 “다시 한번 AI 분야의 최전선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소프트뱅크가 2016년 320억달러(약 41조6096억원)에 인수한 ARM은 현재 AI 열풍 혜택을 누리고 있다. 조만간 추진될 기업공개(IPO)에서 기업가치가 600억달러(약 78조1080억원) 이상으로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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