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만대→50만대"…기아 광주공장 생산성 향상 비결은?
2002년 라인합리화 사업 거쳐 체질 개선
스포티지·셀토스·쏘울 등 주력 수출 차종 생산
공장 생산량 25년 전보다 7배↑ 자동화도 높아
[서울·광주=뉴시스]강주희 기자 = 지난달 29일 광주송정역에서 버스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공장 안팎은 분주히 돌아갔다. 정문 입구에 붙은 현수막에는 '품질로 기아 브랜드 가치를 세계 최고로 만듭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 있었다.
1965년 아시아자동차로 처음 설립된 기아 광주공장은 버스, 트럭 등 수익성이 낮은 상용차를 주로 생산해왔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연 6만대도 생산하지 못해 존폐 위기에 몰렸지만 이듬해 현대자동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광주공장 역시 기아 광주공장으로 정식 출범했다
하지만 장기간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운영된 탓에 광주공장의 경쟁력은 전무했다. 2002년 10월 현대차그룹은 광주공장을 소품종 대량생산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수익성이 낮은 상용차 모델들을 과감히 단산하고, 대규모 증축 및 설비 공사를 진행해 주력공장으로 세우는 일이었다.
강도 높은 라인합리화 사업을 통해 광주공장은 상용차 전문 공장에서 기아의 수출 주력 차종을 생산하는 핵심 기지로 부상했다. 광주공장의 지난해 생산대수는 47만2479대로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수출은 30만4314대, 내수는 16만8165대를 기록했다. 25년 전 5만9864대를 생산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7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보다 27.3% 증가한 27만9790대를 생산했다. 수출 주력 차종의 선전으로 해외 판매량은 30.6% 증가한 18만862대를 기록했다. 전인환 광주공장 종합관리팀 실장은 "그룹사의 적극적인 투자로 현재 경쟁력 있는 차량을 양산하고 있다"며 "광주공장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높은 자동화율, 셀토스 조립도 '척척'
특히 수출 주력 차종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를 생산하는 제1공장은 자동화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체 공정 중 프레스 공정은 90%, 차체 공정은 100%에 달한다. 정밀성이 요구되는 도장·조립 공정은 직원과 로봇이 함께 한다.
이날 찾은 제1공장에서는 로봇이 셀토스와 쏘울 부스터 차체를 용접하고 있었다. 5400톤 규모의 프레스 공정을 통과하면 210대의 로봇이 차례대로 불꽃을 튀기며 용접 작업에 나선다. 아직 도장 공정을 거치지 않은 은색의 차체들이 줄줄이 들어오자 공장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하루 생산 목표 대수와 실제 생산 대수 등을 나타내는 수치가 변했다.
도장 공정에 이르자 셀토스와 쏘울 부스터 생산이 더 실감이 났다.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을 입은 신차들은 공장 상부에 매달린 자동 컨베이너 벨트를 따라 조립 공정으로 이동했다. 이후 작업자와 로봇이 실내외 부품을 차제에 장착하고 기계 부품을 조립한다. 작업에 필요한 부품와 도구를 실어나르는 자전거도, 공장 한 켠에 가지런히 정리된 부품 박스들 눈에 띄었다.
제1공장은 셀토스와 쏘울 부스터 외에도 소형 전기차 쏘울 EV도 만들고 있다.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2개 이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혼류생산으로 운영하는 덕분이다. 김형석 광주공장 홍보팀 차장은 "배터리 조립 과정만 다를 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같이 생산할 수 있다"며 "쏘울EV는 2014년 출시된 오토랜드 광주 최초의 전기차"라고 소개했다. 오는 2025년에는 소형 전기차 SUV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효자 차종 '스포티지'의 고향 광주2공장
그래서일까. 제2공장 건물에는 '글로벌 SUV 스포티지의 고향 광주2공장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을 정도다. 스포티지에 대한 광주공장 직원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2004년 출시된 2세대 스포티지는 광주공장 라인화사업의 첫 결실이다. 같은해 12월 미국 시장에 수출된 후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11년 누적 생산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현재 스포티지의 누적 생산량은 지난 5월 기준으로 293만586대다.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누적 생산량 300만대 돌파가 유력하다.
3공장에서는 '서민의 발' 중형 트럭 봉고3과 봉고3 EV를 생산한다. 봉고3은 2015년 광주공장 생산 차량 중 세번째로 누적 생산량 100만대를 돌파했으며 누적 생산량은 175만2439대(5월 기준)에 달한다. 2020년 1월 출시된 봉고3 EV는 도심 운송에 최적화된 친환경 전기 트럭이다. 두 모델의 올해 상반기 합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5만2615대다.
애사심과 지역사회 내세운 광주공장
실제 이날 제1공장 인근 주차장에는 기아 로고가 부착된 차량들로 가득했다. 다른 완성차업체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공장 밖 왼쪽에 주차된 메르세데스 벤츠와 현대차 차량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이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전인환 실장은 "광주공장은 과거 6만대에서 50대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품질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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