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존폐 고민했던 기아 광주공장, 가동률 100% 달성
2025년 전기차 전용공장 준공 노사합의
[광주=나은수 기자] '시간:12시54분, 금일목표:741대, 금일실적:255대, 가동률:99%'
기아 오토랜드 광주 1공장에 들어서자 공장천장에 달린 생산현황판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가 수첩에 메모를 시작하자, 김형석 기아 PR팀장이 다가와 "요즘 가동률이 항상 100%였는데, (99%라서) 조금 아쉽네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 공장은 처음부터 높은 가동률을 자랑했던 곳은 아니었다. 한때 저조한 생산량에 존폐 기로에 서기도 했었다. 하지만 꾸준한 체질 개선 끝에 지금은 기아에게 없어선 안 될 핵심 수출 기지 중 하나가 됐다.
수출효자 '스포티지·셀토스' 광주서 나온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현재 총 4개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말 방문한 곳은 셀토스, 쏘울, 쏘울 전기차 등을 생산하는 광주 1공장이다. 기아의 수출 효자 모델 스포티지는 1공장 건너편에 위치한 2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기아 차종 1, 2위가 이 공장에서 생산한 스포티지(45만2068대)와 셀토스(31만418대)다.
김형석 팀장은 "현재 4개 공장에서 총 78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일일 생산량은 2100여대 수준"이라며 "이중 1공장에서는 주간 2교대로 1100여명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은 크게 '프레스-차체조립-도장-장비조립-검사' 과정으로 나뉜다. 차 뼈대를 구성(프레스·차체 조립)하고, 색을 입혀(도장), 엔진과 같은 각종 장비를 조립하는(장비 조립) 순서다.
우선 프레스 공장에 들어서자 비릿한 철판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공장 한편에 차곡차곡 쌓인 은빛 색깔의 외형 판넬에서 나오는 냄새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프레스 기기에 올라선 철판이 불과 몇 초만에 외형 판넬로 변신했다. 외형 판넬은 지게차를 통해 차체 조립 공장으로 이동한다.
기아 관계자는 "코일 형태의 철판을 자르고 금형을 장착한 프레스가 엄청난 압력을 가해 외형 판넬을 찍어낸다"며 "이 공장에 설치된 총 4기(2400톤 프레스 1기·1000톤 프레스 3기)의 프레스가 1분에 9개의 외형 판넬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체조립 공장에 들어서자 현대위아 로고가 박힌 로봇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일정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다. 이 생산라인의 주업무인 용접 작업은 100% 로봇이 한다. 직원들의 주 업무는 용접 이상 유무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김형석 팀장은 "프레스, 차체, 도장 공장은 기계와 로봇들이 작업해 공장 직원들 대부분은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검수 작업을 담당한다"며 "전체 인력의 약 85% 정도가 조립 공장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조립공장에 작업자들이 몰려있는 만큼 이곳에선 안전에 더욱 유의하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2년 전부터 AI펜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작업자들의 부상을 방지하고자 설치된 AI 펜스는 사물과 사람을 인식해낸다. 만약 위험 지역에 작업자가 들어서면 생산가동을 스스로 멈춘다.
기아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관련 데이터도 쌓여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는) 분별력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며 "현재는 부품 하역장과 조립 공장에 AI펜스가 집중 설치돼있지만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5년 전동화 전용 공장 합의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1998년 위환위기 당시 연간 생산량이 6만대도 안됐다. 생산량이 너무 저조해 공장이 존폐 기로에 서기도 했다.
변곡점을 맞이한 건 현대차가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다. 현대차그룹은 기아를 인수한 후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또 수익성 낮은 중대형 트럭과 버스 모델을 단산했고, 고수익 차종 생산에 집중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재는 연간 5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광주 오토랜드는 47만2479대를 생산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10대 중 7대는 해외로 수출된다.
기아 관계자는 "규모나 생산량 측면에선 오토랜드 화성이 더 앞서지만, 수출 비중은 오토랜드 광주가 앞선다"며 "광주공장의 수출 비중은 약 70% 정도로 기아 국내 공장 중 가장 높다"고 말했다.
최근엔 전동화 전용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아직 첫삽을 뜨진 않았지만 노사 합의까지 마친 상태다. 업계에선 EV6, EV9에 이은 향후 전기차 모델을 이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본다.
기아 관계자는 "2025년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위해 노사와 합의가 된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전동화 전환에 나선 만큼 광주공장 역시 보폭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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