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신약 임상 긍정적인데…AZ 투자자 반응은 '싸늘' 왜?
"긍정적" 발표에도 회사 주가 한때 8% 급락
안전성 이슈 부각… 약의 효능에도 투자자들 우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긍정적인 신약 임상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투자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가 개발하는 폐암 신약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potamab deruxtecan·Dato-DXd)은 임상 3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강점을 보였으나 부작용이 문제였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일부' 부작용으로 심각한 간질성 폐 질환이 관찰됐지만 구체적인 환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주가는 장중 한때 8% 내리기도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전날(현지 시각) 폐암 치료제 Dato-Dxd의 임상 3상 결과를 보도자료로 공개했다. 이번 임상 시험은 최소 한 차례 이상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Dato-Dxd와 현재 표준요법인 '도세탁셀'을 비교했다. 참여 환자 수는 약 600명이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임상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Dato-Dxd가 도세탁셀과 비교해 1차 평가지표인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mPFS)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고 밝혔다. mPFS란 암의 진행이나 악화 없이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이다. 전체생존기간(OS)과 더불어 항암제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인 지표다. OS 결과는 투약 초기 Dato-Dxd가 도세탁셀 대비 유리한 추세를 보였으나,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이번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Dato-Dxd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공격적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2020년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로부터 선급금으로만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주고 도입했다. Dato-Dxd는 폐암에서 주로 발현하는 'TROP 2'라는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약물접합제(ADC)다. 유방암 치료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킨 아스트라제네카의 ADC 항암제 '엔허투' 후속작으로 야심 차게 개발되는 신약이 Dato-Dxd다.
이번 임상 시험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mPFS를 개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험에 참여한 600명은 앞서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를 사용했으나 실패한 전이성 폐암 환자들이다. 이렇게 이미 한차례 치료에 실패한 폐암 환자는 마땅히 사용할 치료제가 없다. 전통적인 화학 항암제인 도세탁셀이 현재 표준 치료제이나 생존기간 개선이 크지 않을뿐더러 부작용도 세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보도자료 배포 이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주가는 장중 한때 8% 급락했다. 회사 시가총액 1740억파운드(287조3000억원)에서 140억파운드(23조원)가 빠졌다. 다행히 장 마감이 가까워지면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주가는 전날 대비 4.94% 내린 1만719파운드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한 지점은 '안전성'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임상 시험에서 새롭게 발견된 부작용 이슈는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간질성 폐 질환 이상반응이었다. 간질성 폐 질환을 겪은 환자의 부작용 등급은 낮았지만 5등급의 이상반응도 관찰됐다.
항암제 투약 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1등급에서 5등급으로 구분한다. 3등급 이상 부작용부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5등급은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수준의 부작용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5등급 부작용을 겪은 환자 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일부'(Some)라고만 표현했는데 이 지점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간질성 폐 질환 부작용은 회사의 유방암 히트 신약 엔허투에서도 문제가 됐었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한 Dato-Dxd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대조약인 도세탁셀의 국소 진행성·전이성 폐암 환자 mPFS가 3~4개월 수준으로 원래부터 낮았기 때문에 Dato-Dxd 효능도 극적이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성공했다는 발표를 보고 (Dato-Dxd의) mPFS를 아마 6~7개월 정도로, (도세탁셀 대비) 2~3개월만 잘 나왔을 것으로 판단해 이것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세한 임상 시험 데이터를 향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규제기관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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