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고서] 건대 배달로봇 뉴비 "떡볶이 왔어요"
(지디넷코리아=신영빈 기자)건대입구역 인근, 학생들로 붐비는 대로변에 ‘로봇 배달원’이 서 있다. 사람 걸음걸이와 비슷한 속도로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지나가던 인근 주민들은 신기한 듯 로봇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주변 통행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행인들은 로봇이 지나갈 길을 비켜주고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지난달 15일부터 배달로봇으로 취업한 ‘뉴비’ 이야기다. 자율주행 로봇기업 뉴빌리티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 일환으로 도심 로봇 배달 서비스 3차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서비스는 그동안 함께 실증을 진행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외에도 인근 상권 음식점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빌리티는 이번 건국대 로봇배달 서비스 론칭을 맞아 전용 플랫폼 ‘뉴비오더’를 신설했다. 여기에서 건국대 인근 세븐일레븐 점포 2개점을 포함해 10여 개 식음료 매장에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서비스 기간은 오는 10월 31일까지다.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다. 현재 방학 기간임에도 일 평균 10회 정도 주문을 받고 있다. 개강 이후에는 20회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뉴빌리티 측은 기대하고 있다.
■ 뉴비 이용기…약 1.5km 배달에 총 29분 소요, 음식수령후 배달은 8분 걸려
지디넷코리아는 최근 건국대 캠퍼스를 방문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로봇이 가능한 혼잡한 거리를 주행할 수 있도록 멀리 떨어진 상점에 음식을 주문했다. 대기 장소에서 음식점까지 이동 거리는 1km, 음식점에서 배송지까지는 500m 가량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었다. 배달 시간은 결제부터 도착지 음식 수령까지 총 29분이 걸렸다. 로봇이 음식점에서 음식을 수령후 배달하기 까지는 약 8분이 소요됐다.
아래는 뉴비오더 채널에서 결제와 주문 접수, 도착 등 ‘알림톡’을 전달 받은 시각에 따라 상황을 정리했다. 뉴비오더 서비스는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주문 과정을 안내해줘 직관적이었다. 주문 1건에 알림톡 5건을 받을 수 있었다.
15시 55분, 결제=뉴비오더 서비스는 카카오톡 채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채널 메뉴에서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준비된 모바일 웹 링크로 연결된다. 여기서 메뉴를 고르고 주문과 결제가 모두 가능하다. 주문 내역과 영수증 출력까지 지원한다. 기자는 이날 떡볶이 1만원어치를 주문했다. 배달비는 건당 1천원. 첫 주문은 배달비가 무료였다.
15시 58분, 주문 접수=주문 후 약 3분이 지나자 가게에서 주문을 접수했다는 알림톡이 울렸다. 로봇은 주문이 접수된 뒤 약 1~2분 뒤에 제1학생회관 뒤편 스테이션에서 출발했다. 로봇 뒤편에는 현장요원이 동행했다. 로봇이 이동하는 경로는 큰 틀에서 사전에 설정돼 있었다. 속도는 성인 남성 걸음걸이 정도였다.
로봇이 음식점까지 향하는 구간은 캠퍼스 내 이동이 약 830m, 캠퍼스 외부 이동 거리는 약 170m 정도였다. 캠퍼스 내부는 행인과 차량 이동이 간간히 있었지만 길목이 넓어 자율주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차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일단 멈추고 주변을 살핀 후 다시 움직였다.
뉴비가 캠퍼스 밖을 나선 건 16시 12분경이다.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연구관을 지나 서울교통공사 기술관리소 앞에서 길목을 건너 번화가로 들어섰다. 혼잡도가 무척 높아지기 시작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현장요원이 뉴비를 수동으로 조작했다.
로봇이 주변을 인식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안전을 고려해 전면 자율주행으로 운행하지는 않고 있었다. 뉴비는 16시 15분에 식당에 도착해, 준비된 음식을 받고 곧바로 배송지로 향했다.
16시 16분, 배달 시작=로봇이 출발하자 배송을 시작했다는 알림톡을 받았다. 도착지는 학교 내 산학협동관이다. 뉴비오더는 현재 건국대 캠퍼스 내 29개 지점으로 배달을 요청할 수 있다.
16시 20분, 곧 도착 예정=혼잡한 구간을 다시 돌아서 캠퍼스 내로 들어서자 다시 완전 자율주행으로 배달을 진행했다. 이 시각에 음식이 곧 도착한다는 알림톡이 왔다.
16시 24분, 도착=처음 결제한 뒤 약 29분이 지나 음식을 받았다. 적재함에서 음식을 꺼내고 잠시 기다리자 ‘뚜껑을 닫아야 로봇이 출발한다’는 알림톡이 한 차례 더 울렸다.
■ 실외 배달로봇 시대 ‘성큼’
이번 건대 로봇배달 서비스는 상용화 직전 단계라고 뉴빌리티 측은 설명했다. 뉴비는 카메라와 센서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췄다. 복잡한 도심에서도 위치 확인과 주변 사물 인식, 회피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대학 캠퍼스 외에도 사유지나 도심 환경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건대입구역 인근 상권은 유동인구가 무척 많은 곳이다. 대학 캠퍼스 밖을 벗어나 운행을 시작한 점에서 이번 서비스가 특히 뜻깊다. 배달 과정을 따라가 보니 주행 상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다만 아직까지 현장요원이 동행하기 때문에 완전 단독 주행은 아닌 점, 복잡한 횡단보도 등 상황에서 로봇을 수동으로 운용하는 점은 아쉬웠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도심지에서 상용 서비스에 가깝게 로봇배달을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어 아직까지는 운영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골프장과 캠핑장 등 사유지에서는 이미 현장요원 없이 서비스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행 안전인증을 마치면 오는 연말부터는 현장요원 없는 도심지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밖에서도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배달해 오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오토바이 배달처럼 빠른 속도를 내지는 못하지만 근거리 배달은 문제없다. 오히려 정해진 경로를 천천히 이동하기에 비교적 믿을 만하고 안전하다.
물론 아직까지 서비스가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배달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정말 안전한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로봇은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실외 배달로봇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다가설 수 있도록 관심과 피드백이 필요한 때다.
신영빈 기자(burger@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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