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도 리포트’ 나오기 위해선 공매도 전면 허용해야

정현진 기자 2023. 7. 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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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기업 분석 보고서(리포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온통 ‘좋은 소리’뿐인 증권사 리포트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매수 의견 쏠림’이라는 지적이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자칭·타칭 ‘주식 전문가’ 유튜버들의 발언에 증시가 요동치는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결국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비전문가들에 휘둘리는 주식 시장은 결국 전문가의 의견이 담긴 리포트에 대한 불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국내외 증권사 10곳의 리서치 센터장을 모아 리서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독립리서치 양성, 보고서 유료화 등의 방안이 거론됐다. 또 하나 나온 의견이 자유로운 투자의견 개진이다. 참석자들은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 위해 필요한데도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공매도다.

공매도가 늘어나면 매도 리포트도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결국 리포트 발간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다는 데서 출발한다. 시장에서 ‘매수 리포트’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매도 리포트’에 대한 수요는 적기 때문에 리포트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들이 굳이 매도 의견을 달아 리포트를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리포트를 발간하는 리서치 센터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법인 영업 지원이다. 증권사에서 리서치센터는 ‘돈을 쓰는 부서’, 법인 영업 부서는 ‘돈을 버는 부서’다. 증권사의 주된 매출이 법인 영업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만약 ‘이 기업의 주식을 팔라’는 내용이 담긴 매도 리포트가 발간될 경우 해당 기업과 증권사와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향후 기업공개(IPO)나 채권 발행·주관 등 법인 영업에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매도 리포트가 쓰임이 많다면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는 리포트를 쓰겠지만,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하소연이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주식을 팔려는(공매도하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일평균 코스피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은 4.8%, 코스닥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은 2.4%에 그친다.

따라서 주가 하락으로 수익을 볼 수 있는 공매도 투자자가 늘어난다면 매도 리포트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매도 리포트’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매수와 매도가 부딪히면, 투자자들은 더 많은 의견을 참고해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해외의 경우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활발하고, 개인 공매도 비중도 높다”면서 “’매도 리포트’에 대한 수요가 크다 보니 애널리스트들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때문에 주식 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사실 한국의 공매도는 절름발이다. 코스피200·코스닥150 포함 종목에만 허용된 공매도를 더 많은 종목으로 확대하고, 개인과 외국인·기관에 다르게 적용되는 담보 비율과 공매도 상환 기간 격차를 줄여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매도 확대를 위해 불법공매도(무차입 공매도)나,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경우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공매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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