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전기차 배터리를 ‘폐기물’로 보는 환경부

박성우 기자 2023. 7. 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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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짜리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를 폐기물(廢棄物) 취급해선 안 된다."

한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 배터리 업계가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데, 환경부가 이 시장을 쓰레기 재활용이나 동네 고물 센터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폐배터리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것만 봐도 진흥보다는 규제가 앞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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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짜리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를 폐기물(廢棄物) 취급해선 안 된다.”

최근 만난 2차전지 업계 고위 인사는 다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폐배터리가 아니라 ‘사용 후 배터리’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배터리는 말 그대로 더 이상 필요 없는 폐기물을 의미하는데, 고가의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 후에도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해 명칭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020년 7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 종류 중 하나로 신설했다. 사용후 배터리를 사실상 쓰레기로 간주하고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산업 활성화를 위해 환경 규제 개선 추진’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2차전지 업계는 사용후 배터리 시장이 꽃도 피기 전에 환경부가 규제부터 만들고 있다며 불만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새 배터리 제작에 쓰이는 리튬·니켈 등 희소금속을 추출해 사용할 수 있다. 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재조립이 가능하다.

한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 배터리 업계가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데, 환경부가 이 시장을 쓰레기 재활용이나 동네 고물 센터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폐배터리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것만 봐도 진흥보다는 규제가 앞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대책을 보면 사용후 배터리의 상태 추적, 가격 및 시장조성, 활용, 기존 배터리 산업과의 시너지, 국가 비전 등 큰 그림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재활용 거점센터를 운영하고, 보관 용량 등 일부 환경 규제를 풀어 주겠다는 식이다.

환경부의 답답한 행정 사례는 또 있다. 환경부는 전기이륜차 보급 사업을 오랜 기간 추진하고 있지만, 충전 속도가 느려 전기이륜차가 빠르게 늘지 않았다. 전기이륜차는 배터리가 가벼워 한 기업이 배터리 교체 방식의 전기이륜차를 개발했는데, 환경부는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았다며 보조금을 거절했다.

업계의 반발로 지난 3월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보조금을 일반 전기이륜차의 60% 수준으로 제한했다. 환경부는 “전기이륜차의 빠른 보급을 위해 규제를 개선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업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는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4.5%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목표치를 11.4%로 3.1%포인트(p) 낮췄다. 환경부가 기업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부처의 산업부화(化), 수출 우선”, “새 국정기조를 맞추지 못하면 과감히 인사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2차전지 사업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부는 기업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유럽연합(EU) 의회는 폐배터리가 아닌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을 승인했다. 소중한 자원을 스스로 폐기물 취급하는 환경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박성우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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