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이 깊으면 산이 높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삼성 파운드리 '업턴' 전략은?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이같이 말하며 반도체 업계의 업턴이 머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이날 삼성전자 파운드리 주요 경영진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청사진을 공개하며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위한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새로운 트랜지스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이 삼성 파운드리 솔루션의 핵심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GAA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임과 동시에 집적도를 높여 성능도 높이면서 데이터 양과 전력소비가 막대한 AI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차세대 혁신 기술인 GAA를 업계 1위 TSMC에 맞설 비장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GAA는 기존의 '핀펫' 다음으로 등장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로, 핀펫 공법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 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3나노 양산 당시 GAA 공법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으나, 지난해 말 3나노 양산에 들어간 TSMC는 기존의 핀펫 공법을 고수하며 2나노부터 GAA 도입을 천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2나노의 경우 TSMC가 GAA 공법을 처음 쓸 경우, 양산 경험이 쌓인 삼성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사장은 아울러 연구·개발(R&D)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꼽히는 후공정에도 신경을 쓰며 기존 한국과 미국에 이어 일본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연구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 파운드리 포럼에는 국내 주요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 △리벨리온 △딥엑스 등이 세션 발표자로 참가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AI·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한 성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AI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의 박성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에서 제작된 AI 반도체 '아톰'이 업계 최고 수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과 동급 신경망처리장치(NPU) 대비 최대 3.4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첨단 멀티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 현황과 계획 등을 밝히며 국내외 팹리스 생태계 강화 방안도 공개했다. MPW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형태로, 한 장의 웨이퍼에 다른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팹리스는 신제품 출시 전에 파운드리사의 생산라인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MPW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많은 팹리스들이 파운드리 업체의 수주가 많은 시기에는 MPW 기회를 배정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 팹리스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팹리스 생태계를 위해 AI, 고성능 컴퓨팅, 모바일 제품 설계에 활용 가능한 첨단 4나노 공정의 MPW 서비스를 지난 4월 처음 시작했으며, 8월과 12월에 걸쳐 올해 세 차례 지원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4나노를 비롯한 MPW 서비스를 올해보다 10% 이상 제공하는 등 국내외 팹리스 고객의 시제품 제작 기회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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