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높은데…이런 사람은 '수박 한쪽'만 먹으세요

박정렬 기자 2023. 7. 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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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신선한 제철 과일은 영양의 보고(寶庫)다. 수박, 참외, 토마토 같은 여름 과일에 바나나와 망고를 포함한 열대 과일이 가세하면서 입은 물론 눈도 한층 즐거워졌다. 최근 아스파탐을 포함해 식품에 첨가되는 대체 감미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과일 속 천연의 단맛(과당)을 선호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여름 과일도 평소 앓는 병과 몸 상태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영양팀 권연화 임상영양사의 도움말으로 질환별 여름철 과일 섭취 시 주의점을 자세히 알아봤다.
당뇨병 - 과일주스 NO! 수박은 한 번에 '한쪽'이 적당
혈당이 높은 당뇨병 환자는 당도가 높은 과일을 먹을 때면 고민이 깊어진다. 실제 과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지만 채소보다 당분 함량이나 열량이 높아 무턱대고 먹다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과일에 함유된 당분은 단순당으로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므로 식후 바로 섭취하거나 활동량이 적은 밤에 섭취하는 것보다 오전이나 오후 간식으로 한 번에 소량씩(1 교환 단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환 단위는 식품을 바꿔 먹어도 섭취하는 영양소의 양과 열량이 같다는 '기준'으로 계절에 따라 과일도 맞춤 선택하면 된다. 과일주스는 소화 흡수가 빨라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만큼 가능한 생과일을 먹는 게 좋다. 과일주스를 먹을 때는 영양성분표를 확인해 당분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고 무가당 주스나 천연과즙 제품을 선택한다.

콩팥병 - 말린 과일, 바나나·토마토 '자제'
체내 미량 영양소인 칼륨은 혈관 벽을 이완시켜 넓히는 작용을 한다. 심장 박동을 고르게 유지하는 한편 근육과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 된다. 혈압 상승이 억제되고 비타민 등의 각종 항산화 물질의 작용으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콩팥(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상황이 달라진다. 칼륨은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콩팥 기능이 줄면 칼륨이 제대를 내보내지 못하고 몸에 쌓여 근육이 쇠약해지고 부정맥,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혈액 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상승했거나 소변량이 줄었다면 특히 고칼륨 과일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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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 약 먹을 땐 자몽 섭취 피해야
고지혈증은 혈액 속 지질(콜레스테롤·중성지방)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상태다. 금식 후 혈액검사 결과 총콜레스테롤 200㎎/㎗ 이상, 중성지방 150㎎/㎗ 이상,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 160㎎/㎗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과일의 과당은 간에서 글리코겐이나 중성지방으로 전환·저장되는 데 너무 많이 먹으면 그만큼 중성지방으로 더 많이 쌓이게 돼 고지혈증이라면 가급적 즙이나 주스보다 생과일 하루 1~2회, 적정량만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고지혈증 약을 먹을 땐 자몽을 먹지 않아야 한다. 간의 'P450 3A4'(CYP3A4)라는 효소는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로 약효를 돌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자몽과 자몽주스에 든 퓨라노쿠마린류의 베르가모틴이라는 성분은 CYP3A4의 작용을 억제한다. 결과적으로 약물이 제대로 분해·배출되지 않아 혈중 약물 농도가 상승하는데, 약 한 알만으로도 2~3알을 먹은 것처럼 강한 반응이 나오며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 중 심바스타틴, 아토바스타틴, 로바스타틴이 혈중농도의 현저한 상승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신이 먹는 약이 어떤 성분인지, 과일은 얼마나 먹으면 좋은지 등을 사전에 의사와 상담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위장병 - 신맛 강하거나 포드맵 과일은 멀리해야
귤, 자몽, 레몬, 오렌지처럼 산도가 높은 과일은 섭취 시 위산 분비를 늘리고 위점막을 손상해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속이 아프다며 제산제를 먹을 때도 이런 과일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제산제에는 산도를 낮추기 위해 알칼리성인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 있는데, 제산제만 먹는 경우 알루미늄 성분은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지만, 오렌지와 함께 먹으면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 오렌지나 오렌지 주스를 먹었다면 적어도 4시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제산제를 먹어야 한다. 소화성 궤양용제를 복용하는 경우 크랜베리 주스와 함께 먹으면 크랜베리 주스에 의해 위의 pH가 저하돼 약효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역시 섭취 간격을 조절해야 한다.


과일을 먹으면 설사, 변비가 심하거나 가스가 과도하게 차는 등 하부 위장관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과일의 과당은 포드맵(FODMAP, 발효당(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그리고(And) 당알코올(Polypols)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으로 분류된다. 포드맵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미생물들에 의해 발효돼 많은 양의 가스를 만들거나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나 장이 예민하고 탈이 잘 난다면 '고포드맵 과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되도록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과육 위주로 먹는 것도 추천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권연화 임상영양사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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