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오디엔 “당뇨병·비만 치료, 디지털 치료제가 해법”

권택경 2023. 7. 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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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내분비 대사 질환은 약과 같은 기존의 의학적 방법만으로는 치료가 어렵습니다. 식사나 운동, 라이프스타일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인지 행동 치료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인 오디엔을 이끄는 이상열 대표의 말이다. 오디엔은 경희대학교의료원이 디지털헬스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한 디지털헬스센터의 스핀오프 기업으로 지난해 설립됐다. 센터에서 연구 중인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한 목적의 연구소기업이다.

오디엔 이상열 대표

이상열 대표는 오디엔에 대해 “당뇨병, 비만 등 내분비 대사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기업”이라며 “이러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의사의 처방을 전제로 사용하는 디지털 치료제로 개발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상열 대표는 오디엔 대표인 동시에 경희디지털헬스 센터장이자 현직 경희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이기도 하다.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 진료를 맡고 있는 그는 인터뷰를 위해 경희의료원을 방문한 날도 인터뷰 직전까지 환자 진료에 여념이 없었다.

오디엔의 사업 영역. 출처=오디엔

오디엔을 창업하기 전부터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찌감치 눈여겨봤다. 군의관으로 재직하던 2010년 무렵 국내 최초의 당뇨병 자가관리 어플리케이션인 ‘당뇨병 수첩’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할 정도였다. 측정한 혈당 수치나 검사 일지 등을 기록하며 당뇨병 관리를 스마트폰으로 더 쉽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었다.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던 시기에 이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가능성을 내다본 셈이다. 이 대표는 당뇨병 수첩 앱을 경희의료원을 통해 상용화했고, 관련 특허는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무상 양도했다.

2018년부터 이듬해까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에릭 토폴(Eric Topol) 박사가 소장으로 재직 중인 미국 스크립스 중개과학 연구소에 연수를 다녀오며 전문성을 쌓기도 했다. 대한디지털치료학회 빅데이터 이사, 대한비만학회 IT융합 대사증후군 치료위원회 이사 등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직책들만 봐도 그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오디엔 이상열 대표

이 대표가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에 뜻을 두게 된 계기는 뭘까. 이 대표는 젊은 당뇨병 환자의 사례를 들려줬다. 하루에도 인슐린 주사를 서너 번 맞고, 거기에 추가로 약까지 쓰며 힘겹게 혈당 관리를 하던 환자였다. 그랬던 환자가 작심하고 운동과 식사, 생활 습관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체중도 많이 줄고 인슐린과 약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건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고, 기존 의료 서비스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언멧 니즈(미충족 수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생활습관 개선에 도움을 주면 많은 약과 비용이 드는 등 기존 의료 시스템에 가중되는 어려움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기존 의료 시스템과 연동해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오디엔의 디지털 치료제. 출처=오디엔

그렇게 탄생한 오디엔의 디지털 치료제 ‘DTx.-E66’는 환자가 스스로 식사, 운동, 체중, 수면, 음주 등 다양한 요인들을 관리하며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의 의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료진이 모니터링하며 근거 기반의 과학적인 중재가 이뤄진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 시제품 단계인 DTx.E66을 연말까지 고도화하고 내년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치료제가 단순 앱이나 웹 서비스 이상의 효용성을 내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권 의료 체계와 유기적 연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더불어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가 병원전자의무기록(EMR), 개인건강기록(PHR) 등과 연계될 수 있는 플랫폼 구축과 보급에도 힘쓰고 있는 이유다. 오디엔의 DTx.E66뿐만 아니라 ‘디지털 치료제’ 자체가 제도권 의료에 정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3월에는 경희의료원 정보기술팀, 의료 IT 기업 평화이즈,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레이포지티브 등과 협력해 디지털 치료제 활성화를 위한 클라우드 및 차세대 전송기술표준을 구축하기도 했다. 병원 정보시스템을 디지털 치료제 처방 플랫폼과 상호운용할 수 있도록 해 환자가 의사에게 약을 처방하듯 디지털 치료제도 처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이런 디지털 치료제 처방 플랫폼과 환자용 앱, 병원의 정보시스템이 모두 연계해 작동하는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으로 오디엔이 지향하는 목표를 ‘디지털 어쥬번트 테라피(Digital Adjuvant Therapy, 디지털 보조 치료요법)’라는 문구로 요약할 수 있다.

오디엔의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출처=오디엔

디지털 치료제가 제도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의학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상열 대표는 “이를 위한 임상시험 기획 및 연구 지원 서비스의 제공 역시 오디엔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오디엔은 최근 국내 최대 비만 클리닉 365mc로부터 프리시드(Pre-Seed) 투자를 유치했다. 디지털 치료제로 환자의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한다는 오디엔의 목표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다.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단 또한 오디엔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강소특구인 홍릉에 위치한 덕분에 실증 연구나 각종 인허가 업무를 좀 더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다른 곳보다 나은 환경에서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허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 수가 산정 문제 등으로 다소 정체됐던 디지털 치료제의 제도권 진입은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에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 1호와 2호가 연달아 탄생했다.

이 대표는 “제가 몸담은 학회에서도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를 곧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게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실현 가능한 일이다. 잘만 자리 잡으면 기존 앱이나 서비스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새로운 서비스 전달 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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