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위해 집주인 대출 더 받는다···결혼자금 증여는 5000만원 이상도 가능해질 듯[하반기경제정책방향]

반기웅·최희진 기자 2023. 7. 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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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성동훈 기자

정부는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규제를 풀기로 했다. 역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떼이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원 대상은 신규 전세보증금이 기존 보증금보다 낮거나 후속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 처한 집주인으로 7월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목적 대출에 한해 규제를 완화한다.

개인 집주인의 경우 현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가 아닌 DTI(총부채상환비율)60%를 적용한다. DTI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계산하는 DSR과 달리 대출 이자 상환액만 따진다. 이 때문에 DTI는 DSR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로 인식된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취지다. 보증금 차액 내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후속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후속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대출금을 우선상환한다는 ‘특약’을 전제로 대출을 해준다.

A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6000만원인 집주인이 연 4.5%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2억원(잔존 만기 20년)과 연 5.8% 금리의 신용대출 5000만원을 보유했을 때 원리금 상환액은 월 222만7226원, DSR은 44.2%가 된다.

DSR이 40%를 초과하므로 현재 규제에선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DTI 60% 규제를 적용하면 최대 2억8000만원을 더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상환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집주인이 2억8000만원을 연 5% 금리로 3년간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원리금 상환액은 기존 대출을 포함해 373만327원으로 늘어난다. 이때 DSR은 74.6%가 된다. 일반적으로 DSR이 70%를 넘으면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소득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대출이 없고 연 소득 5000만원인 집주인을 가정해 규제 완화 시 얼마를 더 빌릴 수 있는지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연 4% 금리, 30년 만기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을 경우 DSR 40% 규제 때보다 최대 1억75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임대사업자는 RTI(임대수익 이자상환비율)을 내려준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임대료를 받아 이자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를 보는 지표다. 정부는 현재 1.25~1.5(규제지역)배로 설정된 RTI를 1.00배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주택 5채를 전세보증금 5억원에 빌려준 임대사업자가 완화된 규제하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으면 종전보다 최대 3억75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이번 규제 완화의 대상은 전세 보증금 반환 기일이 도래했으며 역전세 상황에 처한 집주인(개인·임대사업자)이다.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보증 보증료를 부담해야 하고, 대출받은 돈은 은행이 세입자 계좌로 바로 넣어준다. 집주인이 대출받아 전세보증금 반환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공임대주택 하반기 3만8000호 모집·입주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은 늘린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23조원을 추가로 공급해 총 44조원을 지원한다. 주택청약저축의 소득공제 적용 연간 납입한도를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리고 무주택 청년 대상 우대금리(주택청약저축 대비 최대 1.5%포인트)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은 유지하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연내 10만7000호 공급하고 하반기 중 약 3만8000호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 입주를 진행한다.

결혼 대책으로 혼인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예비 부부들의 결혼 비용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현재는 부모·조부모 등이 성인 자녀·손주에게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 1인당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을 넘기면 과세표준별로 10∼50%의 세금을 내야 한다.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위해 건설사 대상 PF대출 보증요건을 완화한다. 예를 들어 미분양 PF 대출보증 심사시 분양가 할인 외에도 무료 발코니 확장 자구노력도 반영하는 방식이다.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도 지원한다. 부동산 PF 관련 대출 미회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 HUG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80%에서 90%로 상향 조정한다.

고물가 대응…영세상인 세액공제 연장

공공요금 인상은 하반기에 최대한 자제하고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기를 나눠 올린다. 압축천연가스(CNG) 연동보조금을 새로 만들고 경유 유가 연동보조금은 재시행한다. 다음달까지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는 8월 이후 국제 유가 상황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올해 말 종료되는 영세 음식점에 대한 농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 공제율 확대는 일몰 연장을 추진한다. 중기·소상공인은 수도 요금도 감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원가부담을 줄여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다는 취지다.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국제 공급망 불안에 취약한 감자는 미국과 이집트, 페루 등 기존 수입 금지국으로부터 수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화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액은 5% 내외로 인하를 추진한다. 저렴한 알뜰폰 5G 중간구간 요금제도 출시하고 전기·가스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캐시백’ 지원도 지속 확대한다. 2학기 대학 학자금 대출금리를 1.7%로 동결하고 중·고등학생의 교복·생활복 구입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장체험학습비 지원도 확대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6월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관광·소비를 유도한다. 9월에는 중소기업 제품 소비촉진 행사인 동행축제를 연다. 이때 대형마트·백화점 등과 연계한 대규모 할인 행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야간 관광 특화도시 숙박과 연계한 KTX·SRT 할인도 마련된다. 여행 비수기인 11월에는 숙박(3만원) 쿠폰 약 30만장을 푼다.

여행 쿠폰 풀고 백화점·KTX 할인

관광 관련 규제도 푼다. 에어비앤비 등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지역을 현재 서울 한 곳에서 부산을 추가해 확대한다. 내국인 공유숙박을 연내 제도화 방안도 검토한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거 늘린다. 기업 지원을 통해 수출·투자를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첨단전략산업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기 위해 유턴기업(국내복귀 기업)에 대해선 최소 외국인 투자 수준으로 지원을 강화한다. 벤처업계 지원을 위한 ‘벤처 활성화 3법’의 개정도 추진한다.

기업 세제 혜택 등 지원 확대

가업승계 세제도 완화된다.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고, 증여세 특례 저율(10%) 과세 구간을 현재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5배 상향했다. 업종 변경 제한도 완화한다. 현재 가업상속공제 특례를 원하는 상속인은 기업을 물려받고 5년 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만 업종 변경이 가능한데, 앞으로는 업종변경 허용 범위를 대분류로 확대한다.

저출생 대응을 위해 이민정책을 개편한다. 숙련된 외국 인력 공급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인구 감소 지역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토지이용규제 개선 등 획기적인 규제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보완 방안을 검토한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를 늘리고 자녀장려금을 확대한다.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양육지원금에 대한 세제혜택도 제공한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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