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공제가 저출산 대책?…약자 복지·취약계층 대책도 부족

이희경 2023. 7. 4. 14: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정부가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경기반등을 위한 대책 외에 저출생·고령화 등 해묵은 과제에 대한 대응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하지만 혼인 때 부모가 물려주는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등 효과가 의심스러운 대응책이 단편적으로 제시됐을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세수 펑크로 당장 내년부터 정부 지출이 크게 제약될 예정인 만큼 예년보다 더욱 촘촘한 복지 지원 방안이 제시돼야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안정 등의 대책은 지난해 말 공개된 경제정책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저출생 대응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관련 내년에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장수요를 분석하고 확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또 현재 월 10만원인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를 높이고, 자녀장려금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양육지원금에 대해 법인세 손금산입을 허용 근거를 마련하는 등 세제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할 정도로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대대적인 대책은 물론 청사진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혼인시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것은 물론 경제력 차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만 19세 이상 자녀나 손주 등에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 1명당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고, 이를 초과하면 액수에 비례해 10~50%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증여세 부담이 혼인 때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결혼자금에 한해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증여세 공제한도를 확대해준다면 약간은 도움이 되겠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지금 저출생 하방 추세가 너무 센 상황인데도 장기적인 플랜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5~10년을 예상할 수 있는 주택 마련 등 구체적이며 장기적인 플랜인데 이러한 단기처방은 오히려 청년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자 복지 관련 부분도 더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제시하며 당초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더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는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가구인 ‘적자가구’ 비중이 62.3%에 달하는 등 저소득층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 저소득층 지원 대책은 반지하 자가가구 침수방지시설 설치비 전액 지원 등에 그쳤다. 또 상반기 중 마련될 것으로 예고됐던 ‘여성의 양질의 일자리 촉진 방안’ 역시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역대급 세수 결손에 대한 처방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조4000억원 줄었다. 법인세 인하 효과가 본격화하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는 연평균 12조8816억원(국회예산정책처)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계잉여금·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한 단기적 방안으로 대응하면서 감세 정책에 따른 낙수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정부한테 기금 등 현재 쌓여 있는 돈을 쓰라는 건데, 이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면서 “더 심각한 점은 현재 저상장 기조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일 수 있는 데다 감세안들이 내년부터 본격화해 세수 부족이 만성화될 것인데, 이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나와 있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정부 때도 건전재정을 하기 위해 비과세 영역을 줄이고 세금을 제대로 걷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 정권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