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M&A 활용 공격적 사세 확장 '눈길'
인수 이후 실적 개선 뚜렷…"중장기 성장 추구"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HLB그룹이 올 들어서만 상장사 2곳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대외 여파로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데 반해, HLB그룹은 풍부한 자금력과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피에스엠씨·파나진 잇달아 인수 결정
이에 따라 HLB그룹은 HLB를 비롯해 HLB생명과학, HLB제약, HLB테라퓨틱스, HLB바이오스텝, HLB글로벌, HLB이노베이션, HLB사이언스(코넥스), 파나진 등 9곳의 상장사를 거느리게 됐다. 그룹 특유의 ‘M&A를 통한 스피드 성장’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LB 측은 M&A를 통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전주기 밸류체인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필요한 매물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M&A 때마다 HLB를 비롯한 주요 그룹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인수에 참여함으로써 상호 협력 관계도 구조적으로 더욱 강화해 가고 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앞서 주주간담회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회사 인수나 신약 파이프라인 도입을 통한 리스크 헷지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단일 산업이나 파이프라인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일명 '원샷 원킬' 전략은 자칫 하나의 사업 실패 시 회사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HLB그룹이 M&A를 통해 다방면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신약개발, 진단,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유통 등 사업 다각화와 함께 다양한 적응증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가고 있다.
지원-개선-성장 선순환…인수 후 성과·실적 개선 뚜렷
실제 HLB는 인수 전후 세밀한 사업진단을 통해 될 만한 사업에는 과감히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 개발속도와 외연을 확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사업을 추가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있다. 높은 성장잠재력에도 불구, 경영분쟁 등 거버넌스 이슈로 평가절하된 회사도 이런 방식을 통해 단기간 내 경영 안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다.
단적인 예는 HLB테라퓨틱스와 HLB제약이다. HLB테라퓨틱스는 안과질환과 교모세포종 등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에서 다년 간의 임상 데이터와 개발 역량을 확보해 왔으나, 자금 부족으로 인해 신약 개발 사업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에 더해 오랜 경영 분쟁으로 인한 거버넌스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HLB는 그룹 컨소시엄을 구성, 과감한 투자와 메자닌 발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지분 구조를 확고히 하고, 나아가 가능성 높은 파이프라인을 선별해 선택적으로 개발 역량을 집중시켰다.
이런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안구질환의 경우 주요 평가변수가 명확한 신경영양성각막염(NK) 임상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2·3번째 3상을 함께 진행 중이며 재발성 교모세포종(GBM) 임상 2상도 순항해 이달 6일 중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HLB제약 역시 HLB그룹에 피인수된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361억원 수준이었던 HLB제약의 매출은 2020년 HLB그룹 인수 후 406억원, 2021년 628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2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HLB이노베이션은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리드프레임 사업의 성장 한계에 갇혀 있던 HLB이노베이션은 HLB그룹 편입 후 설비 투자를 통한 사업 확장에 성공했고, 특히 HLB 자회사인 미국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검증된 차세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세포치료제 기술 도입에 나서며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확보하고 있다. 사업 확장에 대한 계획이 발표된 뒤 회사의 기업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HLB 그룹에 안긴 파나진…동반진단 분야 청신호
특히 HLB 측은 이번 인수 이후 파나진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어서 실적 또한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새 최대주주로 HLB를 맞이하면서 파나진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종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파나진은 지난해부터 소액주주와 기존 최대주주인 김성진 전 대표 간 갈등을 겪어왔다. 주주들은 김 전 대표 부인이 운영하는 진단업체가 코스닥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나진의 기술 등을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분을 모았고 올해 초 경영권을 거머쥐었다. 특히 이번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도 HLB는 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HLB그룹의 M&A와 투자를 총괄하는 임창윤 부회장은 "기업 인수 후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것이 유행이던 시기가 있었으나, 그것 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기업 인수 후 유동성을 보강해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도모한 후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성장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HLB적인 M&A"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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