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이 준 깨달음, SLL 하반기 전략은 ‘더욱 대중 속으로’[스경X현장]
한국 굴지의 ‘메가 스튜디오’로 거듭난 SLL. SLL의 하반기 전략은 ‘좀 더 대중 속으로’였다.
방송사 위주였던 드라마 제작시스템이 기획과 제작, 편성, 판권 매매, 부가사업 등을 줄기를 세운 스튜디오 중심으로 변모한 지금, K-드라마를 선도하는 한국의 대형 스튜디오는 스튜디오드래곤과 SLL 그리고 최근 파격적인 투자를 하는 KT스튜디오 지니 등이 꼽힌다.
이중 SLL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 인기 IP(지식재산권) 콘텐츠들을 다수 탄생시켰다. 지난해 연말을 휩쓴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시작으로 올해 JTBC 드라마 ‘대행사’와 ‘닥터 차정숙’ ‘나쁜엄마’ 등을 거푸 성공시키며 부활에 성공했다.
SLL은 이에 4일 상반기의 실적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고, 자신들의 상반기 성과를 자평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상반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SLL의 드라마 분야 제작을 총괄하는 박준서 제작총괄은 4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전의 SLL 드라마들은 작품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경향으로 본질에 집중했다. 그 결과 대중성이나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기존의 작품을 선별하려는 노력에 대중성을 좀 더 가미하는 검토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막을 내린 ‘닥터 차정숙’의 성공이 큰 기점이 됐다. SLL의 작품들은 전통적으로 작품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넷플릭스의 ‘안나라수마나라’ ‘종이의 집’ 등과 JTBC ‘기상청 사람들’ ‘그린마더스클럽’ ‘클리닝 업’ ‘인사이더’ 등의 작품들이 작품성에 비해서는 흥행에서는 부침을 겪는 상황을 거듭했다.
박 총괄은 “‘닥터 차정숙’의 경우 기획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너무 주말연속극 같지 않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주말연속극의 형식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 자문하게 됐다. 주말극에서의 가족 이야기를 우리 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대중성과 오락성을 방향성으로 잡은 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고 자평했다.
실제 ‘닥터 차정숙’은 경력단절 주부의 꿈 찾기라는 줄거리와 여배우 원톱 주연 드라마라는 조건에도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박 총괄은 “앞으로 주말극은 좀 더 대중적이고 오락적 요소를 가미하는 작품, 수목극의 경우에는 OTT에서 방송돼도 적절한,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편성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기조를 통해 하반기에는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2023년 하반기 SLL에서 제작하는 주요 작품들의 라인업도 공개됐다. TV에서는 조보아 주연의 ‘이 연애는 불가항력’, 2017년 ‘힘쎈여자 도봉순’의 스핀오프 ‘힘쎈여자 강남순’, 김석윤 감독의 ‘힙하게’ 등의 드라마와 ‘싱어게인 3’ 등 예능 프로그램이 공개된다.
OTT에는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와 ‘D.P. 시즌 2’ 그리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공개된다. 티빙과 아마존 프라임에서 동시공개되는 ‘이재, 곧 죽습니다’, 티빙 예능 ‘크라임씬 리턴즈’ 역시 라인업에 올랐다.
박 총괄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콘텐츠 시장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SLL이 가장 먼저 답을 내고, 움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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