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우려에도 종부세 감세 유지, 대타로 8월 만료 유류세 올릴까?[하반기경제정책방향]
세수 확보 위한 원상복구 가능성 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오는 8월 한시인하 조치가 만료되는 유류세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40조원 안팎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세수 감소폭을 줄일 수 있는 수단 하나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어서, 추가 세수 확보를 위한 유류세 원상복구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4일 내놓은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수준(60%)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표준을 정부 재량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조정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가격 반영률이다. 정부는 지난해 100%에 도달하도록 로드맵이 짜여 있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한시적으로 60%로 낮췄다.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는 1주택자에 한해 45%로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자산 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급등하자, 부동산 세금 감세 카드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크게 낮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시가격이 하락하는 단지가 잇따르면서 내야할 부동산 세금 자체가 줄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만큼 낮게 책정해줄 이유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기 하강 여파로 올들어 국세수입이 급감한 가운데,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여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카드로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조원 이상 덜 걷혔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에서 다 쓰지 못한 세계잉여금과 여유재원이 있는 기금의 일부를 전용해 부족한 세수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6조원 수준의 세계잉여금에서 국가채무 상환과 지방교부세 추가정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일반회계로 편입할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금 여유상황도 녹록치 않다. 사회보험성 기금과 계정성 기금을 제외한 사업성 기금의 여유자금 추산 규모는 26조9000억원이지만, 2016년 이래 기금 여유자금을 한해 5조원 이상 당겨 쓴 사례가 없다는 게 부담이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깎아줬던 세금을 정상화하면서 추가 세수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배경이다.
실제로 앞서 정부가 2018년부터 5년동안 연장돼왔던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6월말로 종료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리겠다고했는데, 2020년 주택분 종부세 금액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해도 60% 적용시 그 수준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80%로 다시 올렸을 때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상황등을 고려해 6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유지를 통해 ‘세수 추가 확보’ 대신 ‘부동산 보유세 경감 기조’를 택하면서, 8월말 종료되는 유류세 한시인하 조치의 향방에 더욱 큰 관심이 몰린다.
국제 유가 폭등 등으로 2021년부터 시작된 유류세 한시인하조치는 오는 8월말까지 총 4번 연장된 상태다. 유류세 인하로 덜 걷은 세금만 지난해 5조5000억원 수준으로, 정부로서도 유류세 원복조치가 가장 손쉽게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등유 등 국내 기름값이 지난 4월 초부터 약 3개월 째 연속 하락하고 있어 한시 인하조치 원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8월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조치는 그때까지 유가흐름, 국민부담 어떻게 될것인지 다양하게 검토해서 향후 최종 종료시점에 맞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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