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의 역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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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말은 적어도 펀드 업계에선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투자자의 선택권 확대 측면에선 시장에 상품 수가 늘어날수록 좋다고 할 수 있으나 성과를 보면 꼭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라 해도 물리적 운용역량이 제한돼 있는 만큼 관리하는 상품의 수가 증가하면 개별 펀드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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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는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고 싶은 만큼 자체 철학보다는 시류에 편승해 일단 펀드를 내고 보는 경우도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같은 날 비슷한 유형을 엮어 동시에 상장하기도 한다.
여력만 된다면 반도체, 2차전지, 메타버스 등 한창 뜨는 테마가 안길 수혜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마치 러닝머신 위에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테마 구석구석 상품을 깔아 놓고, 하나라도 얻어 걸리길 기대하는 심리도 있을 터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허덕인다. 비단 노동 강도의 문제가 아니다. 펀드 성과가 부실해질 수 있다. 전문가라 해도 물리적 운용역량이 제한돼 있는 만큼 관리하는 상품의 수가 증가하면 개별 펀드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연히 우수한 성적표를 받기가 힘들어진다.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가 계속 생겨나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운용사 매니저 1명이 굴리는 펀드는 평균 5.8개다. 한 외국계 운용사는 이 수치가 50개에 달하고, 국내 운용사 중에서도 31개에 이르는 곳이 있다.
ETF가 포함된 숫자라 액티브 상품만 따지면 이보다 적겠지만 여전히 많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ETF로 매니저들이 자리를 옮기는 탓에 남은 액티브 운용역들은 더 죽을 맛이다. 자본금이나 인력이 비교적 달리는 중소형사들의 환경은 더욱 척박하다.
운용업계는 공모펀드 침체를 토로하기 전에 이 같은 행태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투자자의 역할도 필요하다. '반짝' 테마나 단기 수익률을 쫓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운용사들의 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눈이 즐겁다'고 여기저기 손을 댔다가는 실속 없이 상품 진열대만 키우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운용사도 고심 끝에 상품을 내놓고, 운용역량도 집중될 수 있다. 매니저들도 내심 이를 원하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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