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시장 연착륙 위해 '대출' 동원…"필요하지만 가계부채 우려도"
"역전세난 문제는 해결될 것…가계부채 위험 높일수도"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디딤돌 및 버팀목 대출의 재원을 23조원 추가투입하고, 대출 조건인 소득요건을 완화한다. 내집마련을 할 수 있게 해 청년 및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연전세난 대응책도 내놨다.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목적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고, 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하향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출을 할 때 여유가 생기는 만큼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역전세 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출'을 동원한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동의하지만 가계부채 관리가 숙제로 남게 됐다고 설명한다.
◇특례대출 수혜자 증가…"매수세 회복될 가능성도"
4일 국토교통부는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주거비 부담완화 및 무주택자·청년 등 대상 주거지원 확대 방안을 공개했다.
올해 21조원이 편성된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은 조기 소진 가능성을 감안해 23조원을 추가 편성하는 한편, 신혼부부 대상 주택매수·전세 자금 특례대출 소득요건은 이전보다 완화한다. 현재는 전세 대출을 받으려면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매수 자금은 7000만원 이하지만 1500만원을 일괄 상향한다.
디딤돌 대출은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5억원(신혼·2자녀 이상 가구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비율(LTV) 완화로 생애 최초 주택매수자의 경우 3억원, 신혼·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대출 수혜 가구가 늘어나면서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성동과 강서, 도봉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매집이 일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가 늘어나게 돼 매수세는 일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출 조건이 5억원 이하의 주택인 만큼 일정 지역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집값의 하락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매입 비중은 많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을 원활하게 해 주거지원을 하겠다는 취지인데, 지금 경제상황에서 당장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듯 하다"고 했다.
◇역전세난 제동…임대인 보증금 반환 대출 완화한다
서민 주거안정 저해요인으로 꼽히는 역전세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목적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한다.
DTI은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대출 이자 상환액만 고려하기 때문에 대출 시 DSR을 적용할 때보다는 여유가 생긴다.
이와 함께 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1.0배로 하향하기로 했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지금은 주택임대업의 경우 RTI 1.5%를, 비주택은 RTI 1.25를 지킨 경우에만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임대사업자가 연간 100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면 임대소득으로 1500만원 이상을 벌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송 대표는 "이번 조치로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갭투자자나 투기세력을 보호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선택으로 보이나,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간과해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임대인을 구제함으로써 갭투기를 방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부실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김효선 위원은 "하반기 불안요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되지만, 급한 불을 끈 후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한 숙제는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함 랩장은 "750조원을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더 늘려 가계부채 위험을 더 높였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역설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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