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없이 정책금융 등으로 15조+α…경기 대응력 충분할까
세수 펑크 상황서 무리한 경기 부양보다 시장경제 선택
전문가 "경기 취약시 정부 대응 모자랄 수도"…추경론 분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박재현 김다혜 박원희 기자 = 올해 하반기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없이 경기 대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4일 제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첫 번째 우려 포인트가 결국 경기 대응력이다.
추경 없이 정책금융이나 공공기관을 동원한 15조원 플러스알파(α) 등 조치만으로 하반기 경기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정책금융·공공기관 동원해 15조원 이상 공급
정부는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민생경제를 안정시키며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이 중 경제활력 제고 부분에선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13조원, 공공기관의 내년 사업을 조기 집행하는 방식으로 2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반기에 총사업비 7조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착공하고 35조원 플러스 α의 시장안정 조치도 운영한다.
외국환평형채권(하반기 27억달러 한도)도 발행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11월 중 숙박쿠폰 30만장을 발행한다.
지역 인프라를 조기 확충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3종 세트, 민간벤처 모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벤처 활성화 3법 개정, 가업승계 활성화 등 제도를 개선해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병행한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의 유턴 지원도 강화한다.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역전세 대응책이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로 두는 민생 안정 조치 역시 결과적으로 경제에 안전판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추경 없는 경기 부양…세수·물가 영향인 듯
여기서 빠진 부분이 추경 편성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낮추는 과정에서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시도하지 않는 부분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춘 데다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인 2.0% 안팎보다 상당폭 낮은 수준임에도 추경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정부가 이 같은 선택을 한 배경에는 우선 세수 펑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36조4천억원이나 줄어든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에 빚을 떠미는 셈이 된다.
현재 경제 상황을 꼼꼼하게 볼 때 재정을 활용한 경기 대응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올해 경기 부진은 결국 반도체 수출에 기인한 부분이 큰데 재정을 동원해 수출을 증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가도 문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까지 둔화했기는 하나 아직 물가 상승의 불씨가 꺼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유동성 투입이 자칫하면 기름을 붓는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복원하고자 하는 구호, 재정이나 통화, 금융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철학 역시 추경과는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 "추경 가능성 열어둬야"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이 추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온도 차만 있을 뿐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건국대 경제학과 권남훈 교수는 "세수 부족 상황에서 추경을 안 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노력하는 것 자체는 좋은데 너무 거기에 집착하면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추경을 안 하겠다고 못 박은 것은 현재의 세수 부족 상황에서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나라 살림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필요한 경우에는 추경을 하는 게 옳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는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있다는 전제하에 이 정도 대책을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간도 상저하고로 보긴 하지만 하반기가 상당히 취약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경제를 바라보는 전망이 민간이 보는 견해가 옳다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정책으로는 모자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재정이나 통화 등 거시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 부양을 하는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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