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조 찍었는데…한전채 하반기엔 4조원만 찍는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한전채 발행량을 상반기 발행량의 1/3 이하로 줄인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상반기 전력구입비 조달을 위해 11조원 넘게 한전채를 발행했는데 하반기엔 4조원 이내로 줄여 채권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반기 국고채 발행 물량도 상반기 대비 30조원 가량 축소한다.
기획재정부는 4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우량채의 하반기 발행물량과 시기 조절 등으로 채권수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고채(국채)는 상반기 대비 30조원가량, 한전채는 1/3 이하로 줄인다.
한전채는 공기업이 발행하고 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성격 탓에 특수채로 분류된다. 기업에서 발행하는 회사채이지만 신용도가 국채·지방채 만큼 높기 때문에 한전채 발행량이 증가하면 일반 기업의 회사채 수요를 흡수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은 기업어음(CP) 같은 단기 자금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한전의 채권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금액의 5배까지로 늘린 직후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한전채 발행한도를 전년(2022년) 대비 큰 폭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원자재 가격에 맞춘 전기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 전력구입비의 한전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1분기 ㎾h(킬로와트시)당 13.1원의 전기요금 인상 이후 2분기 전기요금 조정이 지연되면서 한전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행됐다. 정부가 2분기의 절반이 지난 이후에야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리면서 한전채 발행에 속도조절이 시작된 셈이다. 상반기 예상보다 많은 한전채가 쏟아졌던 만큼 하반기 대폭 발행량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전채 발행물량은 총 11조43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조2200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상반기 한전채 발행물량의 1/3 수준은 4조원 이내에서 조절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17조원대 한전채를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1/4 토막이 되는 셈이다.
한전을 둘러싼 시장 요건은 나쁘지 않다. 한전이 발전공기업과 민간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도매가' 개념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지난달 평균 ㎾h 147.13원으로 집계됐다. 한전의 전력 소비자 가격이 ㎾h당 150~160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적자구조(역마진)에선 벗어난 셈이다.
SMP에 직접 영향을 주는 LNG(액화천연가스) 국내 도입가격은 올해 5월기준 톤(t)당 676.633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연초 대비 47.8% 하락했다.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은 여름철 수요증가와 가계 부담을 앞세워 동결한 데다 '총선모드'에 들어가는 4분기 전기요금조정이 불투명한 점은 정부의 한전채 발행축소 계획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하반기 하절기·동절기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급등, 한전이 적자 구조로 돌아서면 한전채 발행량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정부가 자칫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이후인 6월부터는 한전의 역마진 상태가 해소될 것으로 계산된다"며 "정부 목표대로 한전채 발행량을 줄이기 위해선 전력판매 대금을 통한 자금조달과 경영 효율화 등이 뒤따라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한전채 발행량 축소와 더불어 하반기 국채 발행량을 상반기 대비 30조원 가량 줄일 방침이다. 은행권의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발행되는 MBS(주택저당증권)에 대해서도 정부-금융권 간 매입 협의 등을 통해 자금조달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내용도 이번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 담았다.
국채와 한전채 등 특정 채권에 대한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회사채 등 다양한 채권 거래를 활성화해 자금 흐름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또 2024년 1분기 중 30년물 국채선물 상장 추진을 위해 올해 4분기 중 국고채 전문딜러 평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예대율 규제완화 등으로 커버드본드(우량자산 담보 채권) 활성화를 유도, 장기채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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