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이중구조 개편 '고삐'…노동개혁, 본격 속도내나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이중구조 개선도
노동계 반발 변수…노정갈등 심화 속 강행 부담·역풍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꼽은 '노동개혁'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주 최대 69시간' 비판에 제동이 걸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여론조사를 거쳐 조만간 보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에도 고삐를 쥔다.
그러나 현재 노동계가 노동개악 중단과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등 노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어 향후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가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3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개혁을 본격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개혁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사 법치주의 확립 등을 골자로 한다.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 중에서도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선택권을 확대하고, 노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개혁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것이 '주 최대 69시간'으로 불리는 근로시간 개편이다. 지난해 6월 정부의 추진방향 발표와 12월 전문가 기구의 권고안 마련을 거쳐 올해 3월 개편안을 공식 발표했지만 장시간 노동, 공짜 야근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보완을 전격 지시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대통령), "주 60시간 이상도 가능"(대통령실) 등의 발언으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5월부터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실시 중이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관련 조사를 마무리한 뒤 근로시간 개편 보안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입법예고 종료일인 지난 4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실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보완된 입법이)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련 내용을 담은 것도 근로시간 개편의 추진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얼마나 진전된 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근로시간 개편안과 맞물린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은 당초 지난달 중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 논란에 밀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안 및 상생임금 확산 로드맵 마련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과 고용 안정성 등의 근로조건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해 노동시장이 사실상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뉜 것을 뜻한다.
정부는 그러나 똑같은 일을 하면서 과도한 격차와 차별이 발생하는 노동시장에는 미래가 없다고 보고 정부와 전문가 논의체인 '상생임금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달 중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래 일한 근로자가 임금을 많이 받는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기 위해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종합 대책을 담은 '상생임금 확산 로드맵'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불법 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는 파견제도 선진화와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것에 대비한 지원 방안 등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는 노동계 반발은 추진 과정에서 변수다.
현재 노동개혁 중 유일하게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불법 행위 엄정 대응 등 '노사 법치'다. 하지만 노동계는 사실상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노정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노조 회계 장부 제출 요구와 과태료 부과에 이어 내년부터 회계 공시를 하지 않는 양대노총 등 노조에 대해서는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분신 사망과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 과잉 진압은 노정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전날부터 2주간의 대규모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노정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온 한국노총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전격 중단하고 거리 투쟁에 나섰다.
유일한 대화 상대인 한국노총마저 정부에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은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노동계가 빠진 채 강행하는 노동개혁은 자칫 근로시간 개편처럼 여론의 역풍을 강하게 맞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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