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④ “물가 잡아라”… 유류세 인하 연장에 휴대폰 추가지원금 2배로 확대

세종=전준범 기자 2023. 7.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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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과 취약계층 생계 부담 완화’ 목표
유류세 인하 연장하고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
건보율 인상 최소화에 에너지 캐시백 확대도
교통·통신·금융 등 주요 분야 서민 지원 지속

2%대까지 떨어진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 다시 치솟는 일을 만들지 않고자 정부가 발전연료 개별소비세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하기로 했다. 외식 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 농축수산물 비축 물량 확보 등을 통해서는 식품·외식 가격 인상을 억제한다. 같은 맥락에서 교통 마일리지 적립과 휴대전화 지원금 확대도 이뤄진다. 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다.

정부는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을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설정했다. 최근 물가가 하향 안정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정부의 관리 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만큼 물가 상승 요인과 공급 측 불안 요소를 관리하고, 생계비 부담을 낮춰 서민과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을 통해 현재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된 추가지원금 한도를 30%로 2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서 한 시민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4를 살펴보는 모습. / 뉴스1

◇ 물가 자극 요소 차단해 민생 안정 지원

정부는 하반기에도 주요 품목의 가격 안정을 유도해 고(高)물가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6월 말 종료 예정이던 발전연료(LNG·유연탄) 개별소비세 15% 인하 조치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했고, 4월 말로 끝내려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8월 31일까지 4개월 연장했다. 인하율은 휘발유 25%, 경유·LPG부탄 37%다. 정부는 “압축천연가스(CNG) 연동보조금 신설, 경유 유가 연동보조금 재시행(7~8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자제한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인상 시기를 분산하거나 올해 이후로 넘겨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 특히 정부는 지방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에 각 지자체의 상반기 공공요금 안정화 실적과 하반기 안정화 계획 등을 평가해 균특회계 300억원과 특별교부세 200억원을 차등 배분하기로 했다.

식품·외식 가격 인상 요인 제거에도 나선다. 많은 국민이 이 분야에서 고물가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연매출 4억원 이하 개인음식점이 구매한 농산물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농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 제도의 공제율 확대(108분의 8→109의 9) 일몰 시점을 올해 말에서 내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앞으로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하는 착한가격업소를 2024년 7000개소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 뉴스1

또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하는 착한가격업소는 6142개소(2023년 5월 기준)에서 2024년 7000개소까지 늘린다. 외식 업체에 국산 식재료 구매 비용을 2~3%의 낮은 금리로 빌려줘 외식 업체 경영과 국내 농가의 판로 확보를 동시에 지원하는 ‘외식업체육성자금’ 사업도 지속한다. 중기·소상공인 대상 수도요금 감면 지원 추진, 원부자재 수입가격 공개 확대 등도 정부가 식품·외식 가격 인상 억제 카드로 꺼낸 정책이다.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 조치도 강화한다.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인 배추·무·감자 등의 비축 물량을 유지하고, 여름 배추 5만5000톤(t), 여름 무 5만t, 시설채소 1만5000t, 사과 5만5000t 등 계약재배 물량을 확보한다. 가격 강세 또는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확대로 대응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취약한 감자는 수입국 다변화를 추진한다. 이밖에 정부는 오는 11월 출범하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B2B)과 온라인 직거래(B2C), 자체 브랜드(PB) 상품 활성화 등 유통구조 개선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급등에 대비해 배추·무·감자 등의 비축 물량을 넉넉하게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 뉴스1

◇ 의료‧교통‧통신‧금융 등 비용 부담 낮춰

생계비 부담 경감은 에너지‧의료‧교통‧통신‧금융 등의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우선 의료 영역에서 정부는 내년에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5% 내외 범위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액 인하도 검토한다.

에너지와 관련해선 전기·가스를 아껴 쓴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캐시백’의 혜택을 강화한다.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을 예로 들면, 지난해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정부는 앞선 2년의 평균 전기 사용량보다 3%를 아끼면 절감률 30% 안에서 킬로와트시(kWh)당 30원을 깎아줬다. 이달부터는 기존 할인액에 더해 5~10%를 아끼면 kWh당 30원, 10~20%를 아끼면 50원, 20~30%를 아끼면 70원을 더 깎아준다.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을 40%에서 80%로 확대하는 조치가 연말까지 유지된다.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대중교통 이용 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최대 20%의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카드사가 약 10%의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알뜰교통카드’의 마일리지 적립 횟수는 이달부터 월 44회에서 60회로 늘어났다. 이 카드를 통해 사용자는 최대 6만6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버스·지하철·기차 등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을 40%에서 80%로 확대하는 조치는 연말까지 유지된다.

통신비 부담 완화에도 나선다. 알뜰폰 사업자 간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 구간 요금제 출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LG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이 알뜰폰 업계 최초로 3만원대 5G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정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 개정을 통해 현재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된 추가지원금 한도를 30%로 2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부문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한 저금리 자금 공급을 이어간다. 정책서민금융의 연간 공급 규모를 1조원 이상 확대하고, 상호금융권 중 신협만 취급해 온 온라인 근로자 햇살론 채널에 새마을금고와 수협을 추가한다. 정부는 “당초 1000억원으로 책정했던 올해 소액생계비 대출 규모를 1500억원으로 키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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