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⑤ “부동산 리스크 제거”… 대출 규제 풀어 역전세 해결, 종부세 인하기조 유지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으로만 제한
연봉 5천 직장인, 1억7500만원 대출 늘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유지
정부가 역전세로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한 집주인에게 차액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DSR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임대 소득이 줄어든 부동산 임대업자도 대출길이 열린다.
매매가격이 10억원인 주택의 전셋값이 2년 전엔 7억원이었지만, 최근 6억원까지 하락한 경우 집주인은 차액 1억원만큼의 대출을 DSR 규제 없이 DTI를 60% 적용한 만큼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인 차주가 대출금리 4%에 만기 30년 대출을 받고 타 대출이 없는 경우 DTI 60% 적용 시 대출 한도가 1억7500만원가량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지난해에 이어 60%를 유지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비율이다. 종부세 과세표준은 개인별로 보유한 주택 공시가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뺀 다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한다. 주택 가격 하락과 세수 결손 우려에도 부동산 세 부담 완화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 전세금 돌려주는 용도로만 대출 풀어준다
정부는 4일 오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장관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역전세와 전세사기 등 임대차 시장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대출 규제 완화는 보증금 반환기일이 다가온 상황에서 역전세 상황을 겪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한다. 역전세 상황이란 신규 전세보증금이 기존 보증금보다 낮거나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상황을 뜻한다. 집주인은 개인, 임대사업자 모두를 아우른다. 주택 형태로는 아파트, 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상이다.
대출금액은 보증금 차액 내 지원이 원칙이다. 다만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 특약을 전제로 대출 한도 내 전세보증금을 대출할 수 있다. 특약에는 후속 세입자 전세 보증금으로 대출금을 우선 상환하는 방안이 담긴다.
정부는 세입자 보호 조치를 전제로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목적 대출에만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기존의 DSR 규제 40% 대신 DTI 60%를 적용한다. 특례보금자리론 반환 대출 수준의 규제 완화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한국은행과 분석한 결과 역전세로 인해 집주인 추가로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 평균 7000만원”이라면서 “대출한도가 1억7500만원 늘어나면 역전세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출을 늘려주면 갭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대출한도 예외 적용은 전세금 반환 목적으로만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갭투자에 쓰일 우려는 없다”고 했다.
부동산 임대업자의 대출 한도 규제인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은 최대 1.5배였던 것을 1배로 낮춘다. RTI는 부동산 임대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기존에는 현금 유동성이 좋은 임대 사업자에게만 대출을 해줬지만, 부동산 침체로 임대 소득이 줄어든 임대인에게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의미다.
대신 정부는 집주인의 전세금 반환보증료 부담을 의무화한다. 대출금은 전세금 반환목적 외에는 사용이 금지된다. 이를 위해 반환대출 금액은 은행이 세입자 계좌로 직접 지급한다.
대출 금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수준으로 결정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출 규제 완화 조치를 위해 별도의 상품을 마련하지 않는다”라며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DSR로 묶여 제한됐던 것만 풀어주는 만큼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수준과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종부세 부담 완화 기조 유지…전세사기 지원 늘려
부동산 세금을 부동산 가격 급등기인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돌리는 작업도 계속한다. 정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작년 수준인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통상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면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세 부담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유지로 인한 세수 결손 우려에 대해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상향하면 일부 주택에선 역전 현상이 있을 수 있어 국민 세 부담 완화 측면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사업자 의무 보증 가입 요건은 개선한다. 전세가율과 주택가격 산정 방법 등을 전세보증과 유사하게 개편한다. 기존 등록임대 주택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지난달 1일 시행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등을 통해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기존 한국주택금융공사(HF) 및 SGI서울보증 전세대출을 저금리 기금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이달부터 5대 은행 시스템을 가동한다.
◇ 3기신도시 착공 속도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이어간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공임대주택은 올해 안에 10만7000가구를 공급한다. 하반기 중 공공임대 약 3만8000가구의 입주자 모집과 입주를 실시할 예정이다.
토지 보상을 마친 3기 신도시는 3분기 중 착공하고, 택지지구 지정과 신규 후보지 발표 등에 속도를 낸다. 화성진안 등 기존에 발표한 부지를 택지지구로 지정하고, 지주계획 승인 등을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공공택지 15만가구를 발표한다.
공공성이 있는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토지·건물 소유자가 다르더라도 부속 토지 종부세를 합산 배제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동일할 경우만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도 합산배제 적용을 받는다. 민간임대의 경우에도 공공주택사업자가 토지를 소유할 경우 합산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노후 주택이나 도시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손본다. 정비사업 시행·운영에 대해 신탁사 특례를 허용해 정비사업 소요 기간을 기존 조합방식보다 2~3년 이상 단축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지자체의 정비사업 기부채납 기준을 명확히 해 기부채납 규모에 맞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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