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카르텔 깬다"…R&D 예산안 재검토
미래·원천 기술 R&D 투자 집중…국내외 인재 확보도 총력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정부가 하반기 경제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과학계의 이른바 'R&D(연구개발) 카르텔' 혁파에 나선다. 수십조원 규모의 R&D 예산을 아예 백지화해 전면 재검토한 뒤 별다른 성과가 없는 '연구를 위한 연구' 등을 없애고 R&D의 질적 성장을 꾀하는 것이 핵심이다.
4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첨단산업 육성 및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R&D 지원 방식을 개편하고 인재양성 방안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R&D 지원혁신은 나눠먹기식 관행을 부수고 31조원 규모의 R&D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국가 R&D 예산은 양적으로는 꾸준히 증가하며 올해 31조원 수준에 육박했지만, 질적 성장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연구계에서 지원을 얻기 위한 R&D 나눠먹기, 효용성 없는 특허 출원 등 부작용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R&D 재정투자 방향에 대해 보고하자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직접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R&D 지원은 우주·항공, 양자, 바이오, AI·로봇 등 미래·원천 기술 분야 투자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 국가 R&D를 이끌 책임PM 중심 체계가 확립된 만큼 성공 가능성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지원하는 한계도전형 R&D 시범과제도 10월부터 착수된다.
재정지원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R&D 절차 및 제도도 개선된다. 다부처 R&D 사업의 경우 주관부처 계획 하에 투자규모를 조정하고, 1억원 이상 국가연구시설·장비 심의기간도 보다 단축할 계획이다.
R&D 역량 제고를 위한 글로벌 공동연구도 대폭 확대하고, 국가별 R&D 협력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전략도 9월 중 수립하기로 했다. 특히 정상외교,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 협상 등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도국과의 R&D, 기술협력도 확대 추진한다.
민간 주도 R&D에도 힘을 싣는다. 컨설팅 지원, 영업비밀보호 강화 등 민간 기술사업화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방 R&D 기관의 경우 방산기업 중심이었던 것을 비(非) 방산기업까지 확대해 민간 R&D 역량을 더 폭넓게 활용한다.
R&D 분야에 있어 필수적인 인재양성도 보다 강화한다. 대통령 주재 '인재양성 전략회의'와 국가인재양성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5대 첨단 산업별 인재양성방안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미 발표된 반도체(첨단부품)·디지털·바이오헬스·환경에너지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모빌리티와 첨단부품 분야의 인재양성 방안이 마련된다. 또한 첨단산업 분야 재직자를 위한 산·학 연계 교육과정도 더 활성화하고, 글로벌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취업·정주여건 개선도 추진한다.
규제 완화, 해외 인력 유치, 생태계 조성 등을 전담할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전략' 추진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다. 15개 국가첨단상넙벨트를 제때 조성하기 위해 사업 타당성 확보 지역부터 올해 중 예타 신청을 추진, 신속하게 심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규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7월 중 지정하고, 인허가 타임아웃제 시행 등을 통해 신속조성을 지원한다. 첨단기술 분야 글로벌 혁신 특구를 지정(2개)하고, 국내 최초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도 시행한다.
이같은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생태계 확립 뿐만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도 더 강화한다. 현재 대·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인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각각 15%, 25%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10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통해 첨단산업 투자도 뒷받침할 예정이다.
정부는 하반기 계획된 신성장 4.0 전략 프로젝트 추진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K-UAM(도심항공교통), 20큐비트 양자컴퓨터, AI 일상화 추진방안,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단 구성, 반도체 '마이 칩' 서비스 등 신성장 4.0 3대 분야 15대 프로젝트의 주요과제를 신속히 추진해나간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내 삶속의 디지털, 미래형 모빌리티, 에너지 신기술, 스마트 농어업 등 4개 프로젝트는 세부 추진과제를 추가·보완해 보다 내실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빠르게 추진되는 신성장 전략은 국민소통 강화를 통해 기대효과 및 추진성과를 보다 확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성장 4.0 관련 통합정보 플랫폼 운영,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 행사 등이 추진된다.
한편 이같은 R&D 혁신을 주도하게 될 조성경 신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취임인사에서부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조 차관은 "대한민국 위상이 변화되고 전세계 기술패권 다툼이 격렬해지고 있다"며 "단순히 제도를 조금 고치고 예산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 엄중한 시기를 넘어설 순 없다. 혁신을 넘어 혁명적 결단, 용기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최근 출연연구기관들이 약 20% 삭감된 내년 예산안을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것을 두고도 "예산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배분하라는 것이지 깎으라는 게 아니다"라며 R&D 혁신을 거듭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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