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종부세 사실상 감세...역전세 반환 대출땐 1년간 DSR 완화
종부세, ‘공시가의 60%’ 과세로 최저 수준 유지
올해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처럼 최저 수준인 60%로 유지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인데, 올해 공시가격 낙폭이 컸던데다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작년처럼 최저 비율로 유지돼 종부세는 사실상 감세 효과를 보게 됐다.
또 이달 말부터 1년 한시적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기획재정부는 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유지하는 건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상적으로 매기던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는 조치란 해석이다. 이 비율은 지방세법과 종부세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어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고칠 수 있다. 또 역전세난 심화 여파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대신 특례보금자리론 반환 대출 수준인 ‘DTI(총부채상환비율) 60%’ 기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1.6%)보다 0.2%포인트 낮춘 1.4%로 내렸다. 기재부는 다만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하반기 성장은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경기 반등에 방점
정부가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빠른 경기 반등에 무게추를 실었다는 평이다. 6월 소비자 물가가 2.7%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지난달 무역수지도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하는 등 모처럼 경제 지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빨리 경제 활력이 돌게 하고, 이를 민생 경제로 번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경제정책방향 발표 땐 ‘터널의 한 가운데에서 양쪽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나가는 출구가 보이는 상황’에서 경제 리바운드(반등)에 방점을 두고 활력을 살리는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의 원천인 수출 확대를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무역금융은 하반기 역대 최대인 184조원까지 늘리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은 기존 3570억원 규모에서 5070억원으로 15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세일즈 외교를 통한 수출, 수주, 투자 유치 성과를 수시로 점검하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각종 제도·규제는 과감하게 바꿔나갈 것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또 투자 유치를 위해 국가 최고위급 투자 유치 행사인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가칭)을 오는 4분기에 개최하고, 첨단전략산업 리쇼어링(reshoring·해외에 있는 생산 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국내로 되돌아올 경우 최소 외국인 투자 수준으로 여겨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경제 체질은 대대적 손질
또 한 가지 경제정책 방향 포인트는 경제 체질 환골탈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국가 연구·개발(R&D) 등에서 대수술 전략을 세우고,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구조 개혁은 본격 추진한다는 게 이번 경제정책 방향의 기본 골격 중 하나다.
우선 과학기술과 첨단 산업 육성 차원에서 연구·개발(R&D) 예산 나눠먹기·갈라먹기 관행을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세계적 수준의 공동 연구를 늘리기 위해 오는 9월까지 국가별 R&D 협력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갈라먹기식 R&D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데 따른 것이다.
수능 출제 당국과 일부 입시 학원들이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을 이뤄 학생·학부모들 사교육 의존이 커졌다는 대통령 지적과 관련해선, 공교육 교과 보충을 강화하는 등 사교육 경감 대책을 하반기에 집중 추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4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 체계에서 얻어지는 이익과 권리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해서 이권을 나눠 먹는 구조는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권 카르텔은 외견상 그럴듯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손쉽고 편리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국민을 약탈하는 것으로서 모든 공직자는 이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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