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보물이다”…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격 대기, ‘두산 애니콜’ 무한 헌신을 주목하라 [오!쎈 인터뷰]
[OSEN=이후광 기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펜 대기다. 이기는 경기도 지는 경기도 모두 그가 마운드에 오른다. 홀드도 세이브도 올릴 수 없지만 오직 팀을 위해 묵묵히 자기 공을 던진다. ‘두산 애니콜’ 김명신(30)의 무한 헌신이다.
시즌 개막 후 두 달이 넘도록 전천후로 활약한 김명신은 최근 구위 안정과 함께 이기는 상황에만 나서는 필승조로 보직이 격상됐다. 시즌 기록은 30경기 38이닝 2승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3.32이며, 최근 10경기로 기간을 한정하면 평균자책점이 1.88로 떨어진다. 특히 지난 주말 울산 롯데 3연전에서는 투혼의 연투와 함께 1승 1홀드를 기록하며 팀의 위닝시리즈 주역으로 거듭났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김명신은 “초반에는 내가 안 좋았고 실점을 많이 해서 다양한 상황에 나갔는데 이제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이 조금 좋아져서 이기는 상황에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경기 준비가 훨씬 수월해졌다”라고 필승조가 된 소감을 전했다.
초반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김명신은 포크볼의 진화와 멘탈 강화를 꼽았다. 그는 “포크볼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제 잡혀가는 것 같다. 포크볼은 작년 임창민 선배에게 배웠다”라며 “초반에는 공이 밀려서 들어가고 제어가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불안한 느낌이 들어 이것저것 변화를 시도했는데 다시 하던 대로 하니까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구속은 초반이 더 좋았다. 그런데 너무 그거에만 신경을 썼다. 타자와 안 싸우고 내 공에만 너무 신경 썼다. 사실 내 구속이 1~2km 더 나온다고 무서워하는 타자는 없다”라고 웃으며 “나 같은 유형의 투수는 구속, 컨디션보다 공이 어디로 가는지, 또 어떤 걸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그 쪽에 초점을 맞추다보니까 지금 결과가 좋다. 이제는 언제 무엇을 던지는지에 집중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명신은 경북고-경성대를 나와 2017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뽑혔다. 이후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제외한 5시즌 동안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전천후 역할을 맡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펜에 대기했고, 스코어와 관계없이 조금 긴 이닝이 필요하거나 필승조가 구멍이 났을 때 늘 호출을 받았다. 1군 통산 211경기 245⅓이닝을 소화했지만 기록이 11승 9패 21홀드가 전부인 이유다.
고충은 없을까. 김명신은 “물론 있다. 준비를 계속 하고 있어야 해서 힘들다. 사실 경기 상황에 따라 마음을 놓을 때도 있고, 쉴 때도 있어야하는데 매 번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에 몸을 푸는 건 기록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과점수 반영 방식을 한 번 바꿔야할 것 같다”라며 “그러나 어쩌겠나. 그 또한 이겨내야 한다. 사실 금융치료를 받으면 되는데...”라고 농담 섞인 미소를 지었다.
기록 욕심이 없냐는 질문에는 “아쉽지만 내가 원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위치, 상황에 관계없이 내 할 것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고생한다’고 해주시면 되게 기분이 좋다”라고 답했다.
필승조가 된 김명신은 이제 홀드 기록을 노릴 수 있게 됐다. 2일 울산 롯데전처럼 상황에 따라 행운의 구원승이 찾아올 수도 있다. 김명신은 “홀드를 기록하면 좋지만 나 같은 유형은 올라가는 건 힘든데 내려오는 건 한 순간이다. 내가 할 것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김명신의 목표가 개인 기록으로 수정된 건 아니다. 여전히 그는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할뿐이다. 김명신은 “올해도 아프지 않고 계속 1군에 남아서 공을 던지고 싶다. 최근 2군에 한 번 내려갔다 왔는데 이제는 어떤 이유에서든 그러면 안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조성환 코치는 인터뷰하는 김명신을 보며 “우리 팀의 보물이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에게 딱 어울리는 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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