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거짓말… 특활비 기록 불법 폐기 확인

조원일 2023. 7.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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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2017년 1~4월 기간 사라진 특수활동비 기록과 관련해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아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주장과 달리, 2017년에도 검찰 특활비와 관련한 법무부의 예산 집행 지침이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2017년 5월 '이영렬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까지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고 작성한 기록을 지속적으로 폐기해 왔다는 검찰 직원의 증언도 공개한다.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뉴스타파는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74억 원에 달하는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집행기록이 통째로 사라진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 등에 따라 특수활동비 집행 시 반드시 작성돼야 하는 지출원인행위서, 지출결의서 등 기본적인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밟아 폐기한 문서 목록에도 특활비 기록이 폐기됐다는 흔적이 나오지 않아 검찰이 무단으로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보도 직후,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내고 특활비 증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검찰은 판결이 확정된 이후 보관되어 있던 특수활동비 집행자료 전부를 제출했다”면서 “다만, 2017년 9월경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의 입장문이 나가자, 다수 언론은 검찰의 해명을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2017년 초 특활비 자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위는 무엇인지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74억 원에 이르는 세금이 특활비로 쓰이고도 아무런 증빙 자료도 남지 않은 초유의 상황이었지만, 이를 문제 삼는 언론은 찾기 어려웠다.

대검 관계자 “2017년에는 특활비 지침 없었다"

뉴스타파는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 일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자료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대검찰청에 직접 물었다. 대검 대변인은 “2017년 초 특활비 기록이 관리돼 존재했다면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에 제출했을 것”이라면서도 “특활비 자료를 개봉해 보니, 그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의 특활비 기록 공개 확정판결이 있고 난 후 최근에서야 2017년 초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어 대검 대변인은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뭔가 작성된 자료는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2017년 초 특활비 기록이 당시에는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당시에는 존재했던 특활비 기록이 사라지게 된 이유를 묻자, 검찰은 구체적인 특활비 집행 지침의 부재 때문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대검 대변인은 “2017년 9월부터는 명확한 특활비 지침을 적용했기 때문에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2017년 당시는 특활비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기록이 관리가 안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2017년 당시 법무부 예산집행지침 속 특활비 내용 확인

그러나 이 같은 검찰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사라진 특활비 기록이 생산됐던 2017년 초에도 특활비와 관련된 법무부 예산 집행 지침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물러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 중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규정을 언급하며 “법무부 2017년도 예산지침의 내용과 ‘각 중앙관서의 장’이 ‘집행주체’라고 되어 있는 외에는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기재부 지침과 법무부의 예산 지침이 사실상 내용이 같다는 것이다. 

특히 기재부 지침에는 특수활동비의 집행에 대한 증거서류를 감사원의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첨부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결국 동일한 내용의 지침을 시행 중인 검찰 역시 감사원 지침에 따라 특활비 증거 서류를 증빙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특활비를 지급받은 사람이 제출해야 하는 영수증의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영수증을 작성하기 어려울 경우에도 △영수증 미발행 사유 △지급일자 △지급목적 △지급상대방 △지급액 등을 명시한 자료를 작성해 남기도록 하고 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문

이영렬 검사장 비서실 직원이 특활비 장부 작성

뿐만 아니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행정소송 판결문에는 2017년 4월 특활비 돈봉투 만찬이 있었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특활비 집행 기록을 남겼다는 증거도 존재한다.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당시 상황 중에는 이영렬 검사장 비서실 소속 직원이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에 사용처를 기재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영렬 검사장 비서실 직원이 관리하는 일종의 ‘특활비 장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대검과 마찬가지로 돈봉투 사건이 일어난 2017년 4월 이전의 특활비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대검 운영지원과 관계자 “특활비 기록 지속적으로 폐기”

특활비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특활비 집행 기록이 사라졌다는 검찰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근거는 또 있다. 뉴스타파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직원으로부터 검찰이 특활비를 집행하고 생산된 기록을 지속적으로 폐기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지난달 23일, 법원 판결에 따라 특활비 자료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을 찾은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예산 자료의 정확한 양도·양수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당시 상황을 녹음했다. 검수 과정에서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기록이 왜 없는지 이유를 묻자, 대검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대검 운영지원과 관계자: 제가 설명을 드릴게요. 중앙지검장, 뭐라고 그럴까 특활비 파동이 한번 있었지 않습니까?
□ 기자: 2017년이요?
■ 대검 운영지원과 관계자: 네 전에. 그것 때문에 이게 크게 문제가 된 거에요. 이슈가 되서.
□ 기자: 안태근, 이영렬 사건이요?
■ 대검 운영지원과 관계자: 네네  그 전에는 특활비 성격이 기밀성이잖아요. 그래서 그동안 이런 지침이 없기 때문에 쓰고 폐기하는 게 당연한 거고…
- 6월 23일 대검찰청에서 뉴스타파 취재진이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직원과 나눈 대화 녹취록 일부

2017년 돈봉투 사건이 불거질 때만 해도 검찰은 특활비를 집행한 다음, 관련 예산 기록을 지속적으로 폐기해 왔다고 시인한 것이다. 

기록물 무단 폐기는 징역 7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검찰은 물론 모든 정부 기관의 예산 기록 보존 연한은 5년이다. 공공기록물법에 따르면 기록물을 폐기할 경우에는 반드시 기록물평가심의회를 열고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공기록물 폐기는 불법이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한 대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검찰청의 기록물 폐기 목록 전체를 확인한 결과, 특활비 자료가 폐기된 흔적은 전혀 없었다. 결국, 2017년 이영렬 돈봉투 사건이 발생할 당시 검찰이 특활비 집행 내역을 무단으로 폐기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당시 불법 폐기 사실을 숨기기 위해 특활비 지침이 없었다고 허위 해명을 내놨다는 의혹까지 제기될 수밖에 없다. 

2017년 4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만찬 자리에서 특활비 돈봉투를 받은 검사 중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지금의 이원석 검찰총장도 있었다. 검찰의 특활비 기록 불법 폐기가 언제, 누구의 지시로 진행됐는지, 지침이 없어 특활비 기록이 없다는 거짓 해명을 내놓은 경위는 무엇인지 반드시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검찰 예산 자료 16,735장을 1차로 공개받아 검증하고 있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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