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우리 정치 악마화하는 극단으로 치달어"(종합)

임종명 기자 2023. 7. 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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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늦어도 8월말 마무리"
"개헌, 다 고칠게 아니라 최소 내용 합의해야"
"불체포특권 포기는 여야 합의 결과…개헌촉진"
"부산엑스포, 노력 가속화하면 개최할 수 있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참석한 김진표 국회의장.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3.07.0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취임 1년을 맞아 여야 관계와 관련해 "우리 정치가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협상이 끝나면 7월17일, 협상 결과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이관하고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작업을 거쳐 늦어도 8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지난 1년, 우리 국회는 승자독식의 퇴행적 선거제도를 고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다. 국회의원 144명이 정당을 초월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만들고 정치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며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어 의원 백 명이 열띤 토론도 벌였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도 했다. 언론인 650명 웹 조사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거쳐 '승자독식과 극한 대립의 정치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폭넓은 공감도 이뤄냈다"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라며 "법으로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이 이미 세 달 가까이 지났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거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위법 상황을 하루속히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약속대로 오늘부터 본격적인 선거법 협상에 착수하자.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여야 지도부가 책임 있게 각 당의 협상안을 마련하고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약속대로 7월15일까지 충분히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선거제도 개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먼 길을 왔다. 이제 마지막 한고비가 남았다. 지금 국민은 여야 지도부가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7.04. bjko@newsis.com


김 의장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환경에서의 민생 문제, 국제 경제와 외교 문제 등에 맞서 여야가 초월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의장은 미·중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저출생 및 연금 문제·기후 문제·지방소멸 문제 등 산적한 국가과제, 국제질서 재편 등을 언급하며 "세계사의 대전환기다. 앞으로 몇 년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간'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은 국력을 집중할 때다. 소속 정당의 가치와 이해, 여와 야를 초월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정치가 절실한 시기"라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백 년의 국가전략을 토론하고, 합의하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의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화와 타협의 정치 제도화 ▲국회의 입법역량 강화 통한 갈등 축소 및 정부 공백 보완 ▲한미의원연맹 창설, 국익 지향 등 의회외교 강화 ▲국민청원제도 활성화, 유튜브 등 뉴미디어 활용한 국민소통 강화 등을 약속했다.

김 의장은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정부여당과 야당 간 입법 갈등, 원내 여야 간 협치,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 선거제 개편 및 의원정수 축소·확대 논란, 부산엑스포 유치 전망, 검경의 압수수색 등 수사행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직회부를 통한 입법을 하고 이에 대해 정부여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 역시 선거제 개편에 있다고 봤다.

김 의장은 "대립, 갈등의 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꾸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역대 최대 의석수 차이가 나는 여소야대 정국이고, 반면 현 정부는 역대 최소 득표수 차이로 정권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보니 이런 대립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한표라도 이기면 모든 걸 다 차지하는 승자독식 제도에서 각 정당이 이런 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안 할 수 없다보니,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보다는 일단 자기 극단적인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는 정치를 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게 되고,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지도부에 대화와 소통을 촉구해서 (법안들이) 일방 통과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선거제 개편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제도화하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이라 생각한다. 그 노력을 지난 1년 간 기울였고, 이제는 마무리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드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7.04. bjko@newsis.com


선거제 개편 협상을 오는 15일까지 끝내야한다고 시한을 못 박았지만 여야 간 견해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선 "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각 당이 숙의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결정을 한 이후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솔직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어 협상이 촉진될 것"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정치만 빼놓고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치마저 선진국 가는 길은 시작은 선거법 개정이지만, 마무리는 개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의장은 "의장으로서 계속 노력할 것이고, 저는 30년 넘게 못 해온 개헌이라, 욕심부려서 다 고치겠다고 접근하면 앞으로 21대 국회 임기 내에 개헌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야, 대통령,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만으로 개헌에 합의하면 큰 정치적 부담 없이 내년 총선과 함께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헌 없이 불체포특권 포기 문제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 독재주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의원들의 정상적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조항을 뒀지만 그동안 잘못된 권력행사를 하는 정부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이 줄어들었다. 수사기관도 불합리한 수사권 행사, 무분별한 남용을 자제할 것이라 생각해서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이뤄간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국 개헌을 통해서만 확실하게 불체포특권 폐지를 실천할 수 있어 개헌이 시급하다. 선거법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 여야 간 신뢰를 기반해 개헌안을 협의하고 불체포특권은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기에 이번에 (개헌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보탰다.

의회외교에서 빼놓지 않았던 의제인 '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에 대해 묻자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1년 정도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막상막하 수준까지 왔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부는 사우디를 지지했다가 한국 노력에 부응해 지금은 우리나라 지지로 바꾼 나라도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노력을 가속화한다면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한 차례 더 선거제 개편을 위한 여야 협상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파부침주라는 말이 있다. 큰일을 할 때는 솥단지를 부수고 배를 강물에 가라앉히는 마음으로, 돌아갈 길을 모두 끊고 결연히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제도 개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일다. 지난 시간, 우리는 먼 길을 왔다. 이제 마지막 한 고비가 남았다. 지금 국민은 여야 지도부가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솥단지를 부수고, 돌아갈 배를 강물 속에 가라앉히는 불퇴전의 결단이 필요하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길은 없다. 여야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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