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미가 넘볼 수 없는 자연미…‘목수 김씨’ 나무 작품들
자연목 생태적 특성 살린 의자 등 30여점 선보여
문화평론가·전시기획자 출신의 ‘목수’로 유명
‘목수 김씨’의 작업은 여느 목공 작품들과 결을 조금 달리한다. 우선 재료가 잘 다듬어진 나무, 이른바 제재목이 아니다. 버려진 나무, 스스로 구한 나무, 간벌 등을 통해 나온 나무들이 주요 재료다. 느티나무, 벚나무, 멀구슬나무, 사방오리나무 등 갖가지 자연목이다.
형태적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여느 작가들, 세태와 달리 그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인간의 쓰임을 먼저 고려한다. 물론 그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의 의미를 안다. 미술사와 국문학을 공부하고 더욱이 꽤 이름난 문화평론가·전시기획자였고, 10여권의 책을 쓴 그가 조형미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나무가 지닌 생태적 특성에 주목한다. 오랜 시간 숱한 비바람과 함께 성장해온 나무가 지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인공적 아름다움보다 훨씬 중시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유독 나무의 결, 색감, 형태가 편안하게 다가오며 자연미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또 기계의 힘을 빌리는 대신 굳이 손으로, 온몸으로 작업한다. 목수로서의 예술적 감각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과 경험, 세태에 휘둘리지 않는 우직한 작품철학 덕분이다.
도시의 ‘먹물’에서 시골 ‘목수’를 자처한 지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는 글도 쓰지만 한결같이 자연목이 품은 자연의 순리와 아름다움을 시각적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버려진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을 떠나 경기 남양주로, 남양주 작업실 주변이 난개발되자 더 나은 나무와 살 자리를 찾아 전남 강진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어디에서나,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갖가지 나무 물건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의자·탁자 같은 크고 작은 가구는 물론, 이야기를 곁들이거나 과학적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해 움직이는 작품인 ‘움직인형’(오토마타) 등은 주목받는다.
스스로를 ‘목수 김씨’로 부르는 김진송 작가(64)가 갤러리 씨엔(서울 강남구 선릉로)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지난 2~3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국문화원 개관을 알리는 초대전을 통해 북유럽 관람객에게도 주목받은 그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 이후 10년 만에 개최하는 서울 전시이자 1998년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연 첫 개인전 ‘목수 김씨’전 이후 그 명칭을 붙인 10번째 ‘목수 김씨’전이기도 하다.
이번 ‘느티나무 의자- 목수 김씨’전에서는 느티나무를 주재료로, 또 일상생활에서 쓰임새가 많은 의자를 중심으로 한 나무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큰 등받이 느티나무 의자’ ‘꽃무늬 느티나무 의자’ 등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특히 그늘이 좋아 대표적 정자나무인 느티나무는 무늬결이 아름다운 데다 견고하고 색감이 짙어 예로부터 널리 쓰인 좋은 재료다. 멋을 부린 작품이 아니라 멋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의자로 만들면 좋을 것 같은 나무들을 구했고 느티나무를 만났다”며 “그저 정성 들여 손으로 깎고 자르고 다듬어 하나씩 만들었다”고 한다. 화려한 장식, 특별한 의미의 말 성찬 대신 그저 의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쓰임새와 모양새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꾸준한 작업과 작품전을 해온 김 작가는 그동안 <목수일기>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상상 목공소>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등의 나무 작업 관련 책을 펴냈다. 목수로의 전업 전에 전시기획자·문화평론가로 활동한 그는 1997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를 맡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근현대 문화와 역사 연구자로 <현대성의 형성-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를 비롯해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 <가루부의 신화> <인간과 사물의 기원> 등의 책을 펴냈다. 전시는 11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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