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탄소중립에 수백조 쏟아붓는데, 韓 정부지원 역부족"
(지디넷코리아=류은주 기자)"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는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함과 동시에 각국이 자기 산업을 성장시키고 지키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대규모 지원을 하고 있으며, 미국만 해도 약 400조원을 투입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부족합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하 원장)은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속가능경영원은 최태원 회장이 취임 1년 후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부활한 조직이다. 국가발전 프로젝트의 사업화, ESG 경영, 탄소중립이행 등을 다룬다. 대한상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책상에는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책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는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의 정점인 IRA을 자주 언급했다. IRA에는 청정에너지, 배터리 등 탄소중립 관련 부문에 과감한 인센티브(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향후 10년간 IRA의 청정에너지·산업 관련 예산을 약 4천억달러(약 523조원)로 추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IRA 집행을 위한 미 정부 예산이 1조6천억달러(약 208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 3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청사진을 공개하며, 향후 5년간 약 9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 예산은 5년간 54조6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 "수소도 정부 지원 필요해"
하지만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조금 등의 금전적 지원혜택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수소 부문이 그렇다.
조 원장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수소는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며, 국내 기업들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의 모든 에너지는 다 총동원해야 한다는 큰 전제하에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은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데 여러 한계가 있다"며 "무탄소 에너지원에 대한 인허가 규제 지원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총수들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정부가 수소 생태계를 돕기 위해 세액공제를 늘리고 수요처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상의도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무탄소 에너지 CFE 인증제도에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조 원장은 "IRA는 인센티브 혜택을 재생에너지에만 주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에는 전부 다 혜택을 주는 접근법을 도입했다"며 "우리 정부도 더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ESG 공급망 실사법 여파…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 문의↑
EU의 공급망 실사법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서 ESG 공시와 공급망 실사지침이 법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독일을 시작으로 내년 EU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지 기업은 물론 유럽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대한상의도 대응에 분주하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1월 대한상의 ESG 공급망지원센터 출범 이후 올해 3월까지 전국 20여개 상공회의소 순회설명회를 통해 700여개 중소·중견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급망 ESG 대응전략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조 원장은 "대기업들은 기구 등 별도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인력도 없고 자금도 없다"며 "수년 전만 해도 'ESG는 대기업들이나 신경 쓰는 거지'하는 반응이 많았다면, 지금은 오히려 지역마다 센터를 늘려달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와 협력해서 ESG 공급망대응센터를 만들고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컨설팅을 해주는 등 지원 역할을 늘려나가려 한다"며 "ESG 관련 아카데미 시범사업도 준비 중인데 마감이 빨리될 정도로 기업들의 관심도가 높다"고 부연했다.
조 원장은 "지역상의에 전담 직원이 생길 정도로 컨설팅에 대한 기업들의 니즈가 많다"며 "기업들의 요청에 힘입어 내년에는 더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ESG 공시, 기업들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
기업들은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부담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지배구조와 관련 통일성 있는 상세 정보 제공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2019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단계적 의무화를 시작했고, 이에 따라 ESG 의무공시 대상도 확대 중이다.
조 원장은 "ESG가 세계적인 추세로 가고 있는 건 맞지만, 제도를 들여올 때 국내 상황에 맞게 도입해야 하는데 의무화의 기준을 높게 잡아버린다면 결국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국내에서도 ESG에 대한 중요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천지개벽하듯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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