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수인종 우대 입학’ 위헌 영향?…직장에서도 고개드는 ‘다양성’ 피로감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7. 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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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미 연방대법원이 최근 ‘소수 인종 대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AA)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가운데 직원의 채용·승진·교육 부문에서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는 미국 기업 내부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직장 내 다양성 정책에 대한 찬반 여론 격화로 기업에서 다양성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A를 폐기한 대법원의 결정은 다양성 정책이 지지자들과 회의론자 사이에서 압력을 받는 가운데 직장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대법원의 AA 폐기 판결 전에도 채용과 승진에 인종 등 다양성을 고려하는 정책은 찬반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었다. 미국에서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인종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기업들도 직장 내 인종 차별 시정에 힘을 쏟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 근로자 5902명을 대상으로 소속 회사가 직장 다양성 제고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약간 그렇다’고 응답했다. ‘너무 과하다’는 답변도 14%나 됐다. 그러나 유색인종들은 불평등이 빨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했고, 백인 남성들의 경우 회사가 자신들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WSJ는 “회사 대표들은 다양성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과 함께 일부 근로자들의 끈질긴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다양성 예산을 삭감하거나 정책에 힘을 빼고 있다. 인력 파견 회사 켈리가 지난3월 1500명의 타 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내 다양성 정책의 추진력이 둔화되거나 정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최근 대기업 인사담당자 1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년 내 다양성 예산을 늘릴 계획을 가진 응답자는 59%로 나타나 전년(84%) 대비 크게 줄었다. 다양성 업무 담당 직원들의 이탈도 늘어나는 중이다. 고용 데이터 제공업체 라이브 데이터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2020년 중반 이후 다양성 업무를 맡기 시작한 직원의 약 30%가 업무 현장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인적 자원관리(HR) 업계는 연방대법원의 AA 위헌 판결이 기업의 다양성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 내부의 다양성 정책에 대한 관심은 줄고 피로도는 늘어난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다양성 정책 축소를 위한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미국의 유명 헤드헌터 업체 ‘헨드릭 앤 스트러글스’의 다양성 담당자이자 백브라이드 글로벌 경영 파트너인 조나단 맥브라이드는 “대법원의 AA 폐기는 기업 내부에 냉랭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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