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자원 무기화’ 보복 카드 꺼내든 중국

이귀전 2023. 7. 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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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전자제품 필수 금속… 9월부터 수출시 허가 받아야
전세계 공급 대부분 차지… 미국 등의 반도체 수출 통제 대응
한국 등도 피해 예상… 중 “국가 이익 위한 대등한 반격 조치”

중국이 반도체와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강화하자 자원의 무기화로 미국과 서방에 반격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 중국이 추가로 다른 희귀금속 공급을 통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상무부와 해관총서(관세청)는 전날 성명을 통해 수출통제법, 대외무역법, 세관법 등 규정에 입각해 다음 달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 화합물 30개 품목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선정하고 수출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수출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산화갈륨과 질화갈륨도 통제 품목에 포함돼 한국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필요할 경우 수출 허가 검토가 국무원(중국 내각)으로 까지 올라갈 수 있고 해당 수출 통제 조치가 국가 안보와 중국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허가제를 채택한 만큼 전면적으로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보다는 중국 입장에서 우호적인 국가에는 수출을 하고, 갈등 관계인 국가에는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을 비롯해 중요한 20개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으로 제련과 가공 처리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의 연구를 인용해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세계 공급량의 각각 94%, 83%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또 갈륨의 경우 세계 총 매장량 23만t 가운데 중국이 80∼85%를 점하고 있고 게르마늄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이 8600t에 불과한데, 미국이 약 45%로 1위, 중국은 41%로 2위를 차지하는 것을 알려졌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선 것은 미국과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니콘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조치했다. 또 네덜란드는 9월 1일부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일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선적할 때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또 중국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문(6∼9일)을 앞두고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와 디리스킹 등의 문제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은빛 금속인 갈륨은 전송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화합물 반도체, TV와 휴대전화 충전기,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갈륨비소(비소화합물)는 실리콘보다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도성이 높아 고성능 반도체 소재로 선호된다. 광택이 나는 회백색 금속인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다.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지 않으며, 아연·알루미늄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소량 생산된다.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가 본격화하면 하드웨어 제조 비용이 상승하고 첨단 컴퓨팅 기술 개발 경쟁 관련 분야산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보복한 바 있다. 또 2021년 말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통제·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희토류 생산 대형 국유기업인 중국알루미늄그룹, 중국우쾅그룹, 간저우희토그룹 등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을 통폐합했다.

한국 역시 재작년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로 요소수 대란을 겪은 바 있다. 2021년 중국이 자국 내 비료 수급난 속에 비료 원료인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에서 요소수 수급난이 발생했다. 당시 한국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2000여개, 90% 넘는 품목이 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첨단 재료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산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품목은 주로 첨단 반도체 웨이퍼 제작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역시 무조건 수출 통제에 나서기엔 전 세계에 ‘경제적 강압’ 국가로 부각될 수 있어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겨냥한 미국 외에 유럽연합(EU) 등에도 피해가 커질 경우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 천펑잉 연구원은 “일종의 대등한 반격 조치이자 국가안보와 이익을 지키는 일종의 방법”이라며 “국제적으로 많은 핵심적 희귀 금속이 중국으로부터 공급되는데, 왜 중국이 일부 서방 국가에 그것을 공급해 그들이 반도체를 만들어 중국의 목을 조이게 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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