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들어온 J-팝...음악엔 국경이 없다
“‘하드(HARD) 챌린지 하는 것보다 ‘띵띵땅땅’하는 게 더 바이럴이 될 텐데 왜 굳이 우리 걸 해?”
최근 정규 8집으로 돌아온 2세대 K-팝 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 ‘아이돌 인간극장’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새 앨범의 타이틀곡 ‘하드’의 챌린지에 대해 멤버 민호·태민과 논의하던 중 나온 이야기다. ‘띵띵땅땅’은 베트남 가수 겸 배우 호앙 투 링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시 팅’의 리믹스 버전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베트남 음악이 K-팝 스타들의 ‘단골 챌린지’ 영상으로 떠올랐다.
음악의 국경이 무너졌다. K-팝만 미국, 유럽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인 멜론에서 J-팝이 ‘톱100’을 비집고 들어온다. 세계 최대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선 ‘띵띵땅땅’이 전 세계 23개국 바이럴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국내 차트의 변화는 예사롭지 않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 1~5월까지 가요 대비 해외 음원 소비 비중은 월 평균 28%로, 전년 동기 대비 5% 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지난 1월 J-팝이 해외 음원 톱20에 처음 등장한 이후, 5월에는 3곡으로 늘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톱20 내에서 J-팝이 차지하는 비중도 2.9%에서 19%까지 늘었다.
주목할 가수는 이마세(imase)다.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NIGHT DANCER·사진)’는 지난해 8월 발매, 틱톡에서 챌린지 음악으로 쓰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3월엔 J-팝 최초로 멜론 톱100에 진입했고, 최고 17위까지 올랐다. 틱톡에서 영상 조회수는 10억 회를 넘어섰다. 한국에서의 인기로 가수 빅나티(BIG Naughty)와 리믹스 음원도 냈다. 아이묭(aimyon)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Ai Wo Tsutaetaidatoka)’, 요아소비(YOASOBI)의 ‘아이돌(アイドル)’도 인기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J-팝은 인스타, 유튜브, 틱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과 최근 성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다”며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국경 없는 음원 소비가 이뤄지며 각국 음원 차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카제(Fujii Kaze)는 2020년 5월 발매된 1집 앨범 ‘헬프 에버 허트 네버(HELP EVER HURT NEVER)’에 수록된 ‘시누노가 이-와(Shinunoga E-Wa(死ぬのがいいわ/죽는 편이 나아)’가 지난해 틱톡에서 인기를 얻으며 역주행했다. 틱톡에 따르면 이 곡은 지난해 7월 태국에서의 바이럴을 시작으로, 유럽·북미·남미에서 인기를 끌면서 각 국가의 스포티파이에서 1위로 진입했다. 덕분에 최근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벨라포치(Bella Poarch)는 2021년 발표한 ‘빌드 어 비치(Build a Bitch)’가 빌보드 ‘핫 100’ 58위에 올랐다. 보이 밴드 SB19는 틱톡에서의 바이럴로 필리핀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트렌딩 송 차트에서 7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배정현 틱톡 아시아 음악개발 총괄은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다. 젊은 세대들의 소비 성향과 패턴을 살펴보면 음악에 대한 특정한 취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국경의 장벽 없이 각국의 음악 교차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SNS를 기반으로 국경 없는 음원 소비 행태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며 “K-팝 고성장 이면에 나타나는 국내 음악시장의 쏠림 현상 심화, 풍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일본 음악의 장르적 다양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음악 시장에 J-팝 등 해외 팝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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