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장현석과 경쟁?" 청룡기 우승 꿈꾸는 '153㎞' 부산고 원상현, 야구선수 되기로 결심하던 날 [인터뷰]

김영록 2023. 7. 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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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원상현.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난해 부산고에게 22년만의 전국대회(봉황대기) 우승을 안긴 무서운 2학년 에이스였다. 하지만 팔꿈치 염증으로 휴식을 취한 사이, 소속팀이 에이스 없이 또하나의 전국대회(황금사자기)를 우승해버렸다.

부산고 원상현(19)이 청룡기를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는 이유다. 황금사자기는 1차전만 따라가고, 나머지 경기는 부산에서 재활하면서 TV로 본 그다.

"준결승, 결승전은 응원이라도 함께 할까 했는데…제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이기니까 징크스가 된 것 같더라고요. 결국 우승까지 했잖아요"라며 웃는 표정에선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작년 봉황대기 전까지 앞서 부산고의 전국대회 우승은 2000년 대통령배가 마지막이었다. 전설의 트리오 추신수-정근우-김백만이 뛴 해다.

하지만 2021년 박계원 부산고 감독이 부임한 뒤로 팀 전력이 나날이 상승일로다. 박 감독이 직접 스카우트한 원상현-성영탁이 고3이 된 올해는 고교야구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팀이 됐다. 봉황대기-황금사자기를 우승했고, 남은 청룡기-대통령배 우승을 꿈꾸고 있다.

야구에 관한 한 욕심이 많고, 마운드에만 오르면 이글이글 타오르는 성격이다. 박 감독은 혹시라도 원상현이 재활 중에 무리할까봐 노심초사했다. 사실 대통령배에 맞춰 컨디션을 천천히 끌어올릴 것을 권했지만, 오는 9월 14일로 예정된 신인 드래프트까지 남은 날을 하루하루 세고 있는 원상현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그래도 청룡기에선 팀 우승에 초점을 맞춰 불펜으로 등판하고, 대통령배 때 본격적으로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현재 예상 순위는 1라운드 중후반에서 2라운드 초반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청룡기와 대통령배 활약상으로 드래프트 순위를 바꾼 선수는 수없이 많다.

인터뷰에 임한 원상현. 등뒤로 대통령배, 황금사자기 우승 세리머니 사진이 보인다. 김영록 기자

"봉황대기 같은 퍼포먼스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까지 70일 조금 넘게 남았는데, 솔직히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됩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제 모습, 그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직구 구속은 연습경기 기준 최고 153㎞, 공식전 기준으론 150㎞까지 나왔다. 원상현은 강릉고와의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8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전국에 원상현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린 순간이었다.

중학교 때까진 내야와 중견수를 보는 타자였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투수에만 전념했다. 1m85의 키는 투수치고 크진 않다. 하지만 학창시절 복싱선수였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옹골찬 몸을 지녔다.

야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릴 땐 태권도장, 영어학원에도 적응하지 못해 울고불던 소심한 소년이었다. 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야구다.

실전 뛰는 형들을 바라보며 혼자 기본기만 다지는 생활이 지루했다. 그런 원상현이 야구선수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었다.

"4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갔는데, 제가 마무리였거든요.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팀 상대로 8회까지 이기고 있었는데, 제가 9회 한이닝 동안 9실점을 했습니다. 저 하나 때문에 진 거죠. 그날 새벽까지 연습구를 죽어라 던졌어요. 간절함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오늘을 절대 잊지 말자, 난 야구선수가 될거야."

지난해 청룡기에 출전한 원상현. 스포츠조선DB

이 시대 야구영웅은 단연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 원상현 역시 마찬가지. 혹시 이도류(투타병행)를 해볼 생각은 없었나 묻자 "그건 '야구의 신'이니까 가능하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오타니를 닮고자 한다면, 다른 취미 없이 오직 야구에만 온힘을 쏟고자 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 선수 중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의 팬이다.

야구선수가 되면서 제법 선수들사이에선 '인싸'로 변했다. 용마고 장현석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표팀에 함께 뽑히며 성장한 사이다. 장현석 외에도 황준서(장충고) 조대현(강릉고) 김휘건(휘문고) 김택연(인천고) 등과도 두루 연락한다고.

"(장)현석이가 괴물이긴 합니다. 제가 더 노력하면 누구나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현석이는 약간 벽처럼 느껴져요. 그래도 현석이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확실히 서로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고 생각해요. 추신수 선배처럼 부산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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