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도 상속하나…기부·동문 자녀 입학 특혜 논란

신정은 2023. 7. 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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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제도 지원자 70%가 백인"
美인권단체 레거시 입학 정조준
바이든도 "기회 아닌 특권" 비판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입학 우대정책 위헌 판결 이후 하버드대의 동문 자녀 입학 우대(레거시 입학)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위헌이라면 레거시 입학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레거시 입학은 특권”이라고 비판하면서 향후 입시 제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기부자·동문 관련 지원자 70% 백인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기관인 ‘민권을 위한 변호사’(LCR)는 이날 하버드대의 레거시 입학 제도가 민권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연방 교육부 민권 담당국에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레거시(Legacy)는 유산이란 뜻이다. 레거시 입학은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 등을 입학 우대하는 일종의 기여자 특별 전형이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상당수 대학도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하버드대의 상징성 때문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하버드대 측은 관련 논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하버드대 기부자나 동문과 관련된 지원자의 거의 70%가 백인이었다. 반면 일반 입학 전형에서 백인 비중은 40% 수준에 그쳤다. 

레거시 입학 전형 합격률은 일반전형보다 5배 넘게 높았다. 결국 백인들이 레거시 제도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단체는 “2019년 졸업생의 경우 약 28%가 부모나 다른 친척이 하버드 대학에 다닌 동문 자녀”라며 “하버드대학의 동문 자녀 및 기부자 선호로 백인들이 압도적 이익을 받기 때문에 자격 있는 유색 인종 지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레거시 제도가 민권법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은 인종, 피부색,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 교육부의 연방 재정 지원받는 프로그램이 이 법을 위반할 경우 교육부 인권 담당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바이든 "레거시는 특권 확대"

이번 논란은 최근 연방 대법원이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을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소수인종 대입 우대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기자회견에서 이 결정을 비판하고 “레거시 입학과 같은 관행이 기회가 아닌 특권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수인종 대입 우대보다 레거시 입학이 더 차별적이라는 의미다. 소수인종 대입 정책의 위헌 결정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이 타격을 받고 백인과 아시아계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미국 대학들의 입시 방식 변경이 불가피해졌는데 레거시 정책 마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가 위치하고 있는 매사추세츠주의 하원의원은 올해 초 입학 전형에서 동문 또는 기부자의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대학에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하버드대의 벌금은 약 1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의 사이먼 카탈도 하원의원은 벌금을 전문대 지원에 쓸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런 (레거시) 정책을 계속 사용하는 건 위선적”이라며 “학교가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진실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법원의 결정 이후 캘리포니아주 교육의 도시 데이비스에 있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UC데이비스)가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UC데이비스는 의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일반적인 성적과 면접이 포함되며 '역경 점수'(Adversity Score)라는 별도의 채점 항목이 있다. 2012년 이 학교가 직접 개발·시행한 사회경제적 불이익 척도(SED) 점수다. 소외된 계층일 수록 입학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동문 의료인의 자녀는 오히려 이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직업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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