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8명에 근무자 52명… 돌봄·요양은 ‘시민권’
노인요양시설 근무하는 80%는
보호사보다 자격강화 準간호사
1인실·부부 공동실 등 독립공간
소득 따라 총비용의 5~6% 부담 中>
스톡홀름·베를린=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스웨덴에선 돌봄·보육·요양 등 사회 서비스가 ‘시민권’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아이를 기를 권리가 있듯이 정부가 한 개인의 편안한 여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사회복지법에는 “코뮌(지방자치단체)은 노인의 삶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스웨덴은 1992년 ‘에델 개혁’ 이후 노인 돌봄의 기본 원칙을 ‘내 집에서 노후 보내기(Aging in Place)’로 잡고 있다. 요양시설도 다른 나라와 달리 주택 중심이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인근 우플랑스브로 코뮌에 있는 ‘노르고르덴 노인요양시설’. 이곳에서는 68∼102세 입소자 48명이 ‘1대 1 돌봄’을 받고 있었다. 근무자만 52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 80%는 요양보호사 자격 요건보다 강화된 ‘준(準)간호사’다. 주택 형태 4개 동에는 치매 환자와 일반 입소자가 나눠서 머물고 있다.
이곳은 입소자 특성에 맞춰 가장 적합한 근무자를 고용한다. 치매 환자를 위해선 인내심이 강한 준간호사를, 움직일 수 없는 입소자를 위해선 대화를 즐기는 종사자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준간호사들은 입소자들이 가급적 신체활동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이 할 수 없는 활동만 돕는다. 평균 입소 연령은 85세 이상이다. 65세부터 들어올 수 있지만 대부분 살던 집에서 최대한 생활하다가 입소한다. 자율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재가(在家)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다. 이다 텍셀 우플랑스브로 코뮌 행정부문 지자체장은 “장기요양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노인의 자립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자는 모두 1인실이나 부부 공동실 등 독립적인 공간을 갖고 있다. 본인 부담금은 개인 소득에 비례해 결정되는데, 통상 전체 비용의 5∼6% 정도다. 보육과 마찬가지로 가족 연대책임의 개념은 일절 없다. 장기요양의 주된 재원이 지방세이기 때문이다. 재가와 시설 등 장기요양 비용은 코뮌이 부담한다. 개인 비용 격차에 따라 서비스 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스웨덴 특유의 평등주의 덕분이다. 사파(Safa) 시설장은 “모든 사람이 돌봄과 요양서비스를 동등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며 “재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입소자가 시설에서 누리는 서비스의 질은 똑같다”고 말했다. 서비스 질은 시장 경쟁과 정부의 감독으로 관리된다. 이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코뮌의 몫이다.
독일은 모든 국민이 가입하는 장기요양제도를 운영 중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아니어도 사회적 이동이 힘들거나 정신적 문제가 생기면 개인 상황에 따라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장기요양 급여 범위는 시설, 재가, 현금 등이다.독일의 장기요양 역시 재가 위주다.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쫓아가질 못해 재가 서비스로 유도하고 있다.
獨·스웨덴, 이미 초고령화 사회… 정년·연금수급 67세로 상향 ‘연금개혁’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20% 이상)에 이미 진입한 독일과 스웨덴은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동시에 67세로 늘리면서 연금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4일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에 따르면 독일은 현재 66세인 정년을 매년 2개월씩 늘려 2030년에 67세로 상향한다. 노령연금 수급 연령도 67세로 올릴 계획이다. 럴프 슈마흐텐베르크 독일 연방노동사회부 차관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독일 연금 재정 상태는 가입자 수가 역대 최대여서 장기적으로 안정돼 있다”면서도 “고령화가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여성과 장애인, 단기 실업자들을 노동시장으로 유입시켜 노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슈마흐텐베르크 차관은 “국민들에게 노후에 연금을 잘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 국제 기준 등 통계를 통해 충분히 국민을 설득해야 하며, 보험료율을 한 번에 올리지 말고 천천히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웨덴도 올해부터 정년과 연금 개시 연령을 67세로 높였다. 두 나라의 연금 보험료율은 한국보다 높다. 독일과 스웨덴의 보험료율은 각각 월보수액의 18.6%, 18.5%다. 소득대체율은 각각 48%(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41.5%), 41.3%다. 한국은 보험료율이 25년째 9%로 동결돼 있는 반면 소득대체율은 42.5%다. 이기일 차관은 “연금 개혁을 못 하면 청년 세대에게 마이너스인 만큼 지금 일할 사람이 많을 때 연금을 충분히 내고 노후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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