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장미란 차관 비방의 反민주 본색
민주적 합리성 없는 문자폭탄
양념으로 옹호한 지도자 등장
분열로 이득 노리는 퇴행 정치
한국의 갈등 수준은 세계 최악
6대 경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
학계와 언론도 대오각성 필요
전설적인 여자 역도 선수 출신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발탁되자, 그를 비난·혐오하는 야권 극렬 지지자들의 악성 댓글이 쏟아진다. “역도 선수가 뭘 아나” 하는 비하와 “부역자” 아니냐는 인신공격이 이어진다.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주장이 나올 법하지만, 이러한 악성 댓글 세례는 민주정치의 근본을 해치는 잘못된 일이다. 체육인들이 차관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는 일은 이전 정권에서도 여러 사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했다고 환호하더니, 정권이 바뀌자 이제는 정반대로 돌변하는 정파적 편향 반응에서 민주적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하고 대립하고 혐오하는 문화는 정치 영역을 넘어서 우리의 일상적 생활 세계에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 심화하고 있다. 한 글로벌 연구기관이 2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①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심각하다 ②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심각하다 ③남녀 간 갈등이 심각하다 ④대학 졸업자와 아닌 사람과의 갈등이 있다 ⑤빈부 격차로 생긴 갈등이 깊다 ⑥세대 간 갈등이 심하다’ 이 6개 문항 모두에서 한국 국민이 1위로 가장 높은 동의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는 밥도 함께 먹을 수 없는 시대, 모든 사회적 경계 사이에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이 깊어지는 ‘총성 없는 내전’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예로,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틀딱’이라 부르며 ‘쉰내’ 난다고 혐오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을 서로 존중하기보다는 혐오와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헐뜯고 공격하는 풍토는 ‘-충(蟲)’을 접미사로 붙인 합성어의 범람으로 나타난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김치녀(女)’로, 여성들은 한국 남성들을 ‘한남충(蟲)’으로 부르며 서로를 비하한다. 진지한 언행을 하는 사람은 ‘진지충’,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감성충’, 아는 척하면 ‘개념충’으로 불리고 만다. 한국인들은 반강제적으로, 또 도매금으로 ‘충’, 즉 벌레라는 인간 이하의 꼴사나운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벌레의 몸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본다. 충직하고 착한 아들이자 오빠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오던 그는 혐오스러운 거대 벌레의 몸으로 방에 갇혀 소외당하고 끝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했으나 가족 안에서조차도 돈벌이 기계 내지는 일벌레로만 대접받던 주인공의 비참한 결말을 그려낸 ‘변신’의 모티브는, 그 누구라도 쉽게 ‘벌레’로 내몰릴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소설’ 아닌 ‘현실’로 ‘변신’한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배경 요인에서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행태를 간과할 수 없다. 혐오성 댓글과 문자폭탄 세례를 ‘민주주의의 양념’이라고 옹호하고 정당화한 정치지도자가 나라를 이끌었다. 정치인들이 사회의 통합과 화해를 도모하는 게 아니라, 사회 경계들의 틈새를 노리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갈라치기’를 주도하며 이를 이용해 먹는 퇴행 정치의 시대를 우리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계와 지식인들까지 혐오 문화 전파 작업의 최전방에 앞장서서 이론 작업에 가담하고 있다. 갓 태어난 어린 남자아이들을 ‘한남유충(幼蟲)’, 즉 ‘한남 애벌레’로 부르는 학술 논문까지 발표됐다.
언론 또한 지지 정당과 반대 정당에 대한 편향 보도를 내쏟으며 ‘총성 없는 내전’에 가담하고 있다. 조선 시대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다’면, 이 시대의 언론은 자신들의 반대 정당에 대해서는 절대로 ‘잘한 것을 잘했다’ 할 수 없고, 지지 정당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않는’ 자가당착과 억지를 아예 본업으로 삼고 있다.
극단적인 분열과 반목이 나라를 저변에서부터 갉아먹으며, 어렵게 이룩해 온 경제 번영과 자유민주주의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우리 사회에, 과도한 갈등과 불신 사회를 벗어나 건강한 신뢰 사회로 전환해 나가기 위한 대오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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