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벗어난 ‘고물가 공포’...가공식품·서비스 가격이 변수 [소비자물가 2%대 진입]

2023. 7. 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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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6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정책 무게중심 경기회복으로 이동 ‘관심’
빵·라면 등 가공식품물가 아직 높아
당국 “주요품목 수급·가격 면밀 점검”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 2%대로 떨어졌지만 빵과 라면 등 가공식품과 외식 서비스 등 밥상물가 분야에선 일부 품목이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을 나타내 개별 품목에 대한 지속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판매대 모습. [연합]

한때 6%를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크게 진정돼 2021년 9월 이후 21개월만에 처음으로 2%대에 진입하면서 지난 1년여 동안 우리경제를 짓눌러왔던 고(高)물가의 공포에서 한걸음 벗어나게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도 그동안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어왔던 경제·금융 정책의 무게중심을 경기회복으로 점차 옮길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빵과 라면 등 가공식품과 외식 서비스 등 밥상물가 분야에선 일부 품목이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을 나타내 개별 품목에 대한 지속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가 상승률 둔화의 대부분이 석유류 가격하락에 기댔기 때문이다. 그동안 큰폭 오른 데 따른 절대적 물가 수준도 높은 상태다.

때문에 보다 빠르게 2% 이내 상승률을 가져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가 됐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결국 재정지출과 낮은 금리가 필요한데, 두 수단 모두 물가 안정이 선결과제다. 일부 품목을 ‘타깃’한 미시적 접근이 유효할 수 있다. 가공식품 물가가 안정되면 외식 분야 ‘메뉴판 갈이’도 일부 흐름을 늦출 수 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등락률은 전년동월비 2.7%를 기록했는데, 세부 요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제유가 하락에 기인했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4% 하락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폭다. 경유는 32.5%, 휘발유는 23.8%, 자동차용 LPG는 15.3% 각각 떨어졌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는 -1.47%포인트를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없었다면 물가는 여전히 3%대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석유류를 제외한 품목의 하락세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3~4%대를 유지하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3.5%를 나타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7월까지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가 많이 안정될 것 같고 하반기는 그에 비해 하락폭이 둔화할 수 있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은 상방 요인이고, 국내 경기에 따라 하방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가 여전히 높아 주요 품목에 대한 세심한 관리 필요성이 높은 상태다. 주요 원자재인 국제 밀 가격 등이 떨어졌지만, 아직 유의미한 하락세는 나타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월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7.5% 상승했다. 10% 이상 상승률을 보인 품목도 수두룩하다. 73개 품목 중 28개 품목에 달한다.

라면(13.4%), 당면(16.8%), 부침가루(14.3%), 빵(11.5%), 파스타면(16.3%), 소시지(10.6%), 기타육류가공품(15.7%), 어묵(19.7%), 맛살(21.7%), 치즈(22.3%), 발효유(13.7%), 참기름(17.5%), 과일가공품(10.6%), 초콜릿(18.5%), 사탕(12.6%), 스낵과자(10.5%), 파이(11.1%), 설탕(13.2%), 잼(31.0%), 물엿(16.1%), 고추장(16.0%), 드레싱(32.4%), 혼합조미료(17.7%), 스프(11.9%), 커피(11.5%), 차(13.5%), 두유(12.0%), 생수(10.8%) 등이다.

정부도 일부 가공식품 가격이 구조적으로 불합리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점검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접 나서 라면 가격 인하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가공식품 중에서도 핵심 품목인 밀가루 가격과 라면·과자 가격이 다소 내려가면서 시차를 두고 물가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는 주요품목별 수급·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안정 흐름이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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