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계약 대가 수천만원 뇌물 받은 공무원, 징역 4년

시청 예산배정 및 사업 현황 등 내부정보 공유
뇌물 브로커 4개 업체, 양산시와 8억 상당 계약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무인교통감시장치와 방범용 CCTV 납품 계약체결을 대가로 브로커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남 양산시청 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지경)는 4일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양산시청 5급 공무원 A(50대)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8000만원, 추징금 4800만원을 선고했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B(60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양산시청의 과장급 공무원이었던 A씨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CCTV 제조업체의 브로커 역할을 했던 C씨로부터 납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 대가로 현금 630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20년 6월 승진을 앞둔 A씨에게 접근해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승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며 돈을 요구했고, 이에 A씨는 C씨로부터 돈을 받아 B씨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

C씨는 A씨가 승진해 직접 CCTV 등 납품 업체를 선정할 권한이 있는 직책으로 부임할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진에 실패한 A씨는 이듬해인 2021년 6월 C씨에게 승진에 필요한 비용을 또다시 요구했다. 그 대가로 A씨는 무인교통감시장치 등 납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향후 체결할 계약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C씨로부터 3000만원을 다시 받았다.

이 외에도 A씨는 식당에서 C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총 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A씨 측은 C씨로부터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으며, 친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직무와 C씨로부터 받은 금원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가 있고, A씨 역시 대가성이 있다는 점을 사실 또는 정황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C씨가 영업하는 4개 업체는 2020년 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양산시청과 4차례에 걸쳐 8억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거래를 통해 C씨는 1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C씨에게 시청의 예산 배정 내역과 예정 사업 현황 등 시청 내부 정보를 수시로 공유했다. 아울러 A씨는 시청에 실무를 담당하는 동료를 C씨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공정성과 적정한 업무처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돈이 수수된 횟수와 금액 등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크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수수한 뇌물 중 3000만원을 반환한 점, 오랜 기간 공직자로 성실히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9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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