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였어? 2주 전엔 상상도 못한 김태희·임지연의 미친 연기력('마당집')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7. 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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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 인생 연기 아닌 배우들이 없다(‘마당이 있는 집’)
‘마당이 있는 집’, 꾹꾹 누른 감정의 폭발력이 이토록 크게 느껴지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치 냄새를 참다 참다 못해 마당을 파내고 결국 거기서 진실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지니TV 월화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바로 그런 드라마다. 저마다 비밀을 간직한 이들과 그 비밀이 무언가 너무나 궁금해 미칠 지경인 이들이 조금씩 진실을 향해 땅을 파고 들어가는 그런 드라마.

그래서 평탄하고 아무 일도 없었으며 나아가 평화롭게까지 보였던 마당이 파헤쳐져 그 실체를 드러내는 이야기다. 마당에서 나던 악취와 거기서 발견한 손이 착각이 아니었다는 걸 끝내 문주란(김태희)은 알게 된다. 청소하다 무심코 주워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폰 케이스 장식품이 마루 위로 툭 떨어진 게 그 계기였다. 그 휴대폰 케이스 장식은 다름 아닌 실종된 수민의 것이었고, 그건 자신이 마당에서 마주한 악취와 손이 수민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땅을 미친 듯이 파내는 문주란에게 남편 박재호(김성오)는 그토록 꾹꾹 눌러뒀던 비밀을 끝내 털어놨다. "기어코... 기어코 알아야겠어? 알면... 알면 감당할 수나 있고?" 그간 어딘가 범죄의 냄새가 나는데다 아내를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박재호가 그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꺼내며 놀랍게도 박재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그가 한 행위에 어떤 내막이 있다는 대목이다.

그 때 문주란과 박재호가 다투는 소리에 아들 승재(차성제)가 나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린다. 그런 승재에게 박재호는 자꾸 들어가라고 채근한다. 하지만 애써 꾹꾹 누르던 승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진실을 털어 놓는다. "엄마가 맡은 냄새 나도 맡았어." 문주란은 아들이 이 사건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그건 엄마의 착각이었다고 둘러대지만, 승재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참을 수 없다며 끝내 꺼내지 말아야할 말을 꺼낸다. "엄마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어. 이수민."

이 짧은 몇 분의 시간 속에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소용돌이친다. 꾹꾹 눌러놨던 비밀들이 그 순간에 터져 나오면서 모든 궁금증이 풀려버린다. 결국 승재가 저지른 범죄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민을 죽였고, 그걸 알게 된 박재호가 이를 덮기 위해 시체를 마당에 묻었다가 문주란이 그걸 발견하자 야산으로 옮겼던 것. 그리고 문주란에게는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했던 거였다.

이 짧은 장면이 보여주듯이 <마당이 있는 집>은 비밀을 숨기고 있던 이들이 그것을 끝내 참지 못하고 털어내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과정이 엄청난 에너지로 그려진다. 그래서 이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은 이 불안한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야 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거짓 얼굴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불안을 담아내야 하는 것. 그러다 앞서 설명한 짧은 장면처럼 그 비밀이 결국 터져 나오는 순간 폭발하는 감정들을 쏟아내야 한다.

평온한 삶을 살 것 같지만 끝없는 불안감 속에 휩싸인 채 살아가는 문주란 역할의 김태희도 그렇지만,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아내까지 속여가며 범죄에 가담했다가 결국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하며 절망하는 박재호 역할의 김성오, 나아가 이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어 어딘가 늘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던 아들 승재 역할의 차성제까지 놀라운 미친 연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물론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일찍이 찍어 버린 미친 연기는 단연 추상은 역할의 임지연이다. 남편이 죽은 후 시종일관 무감정해 보이는 얼굴로 심지어 폭식을 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 소름을 안겼던 임지연은, 이제 이 인물이 그렇게 눌러뒀던 진실을 스스로 마주하는 순간을 역시 충격적인 연기로 보여줬다.

문주란의 비밀이 마당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겉으로 비어져 나온 것처럼, 추상은의 비밀은 뱃속에 있는 아기의 존재로 인해 밖으로 튀어나온다. 임신성빈혈로 길거리에 쓰러진 그는, 자신이 비 오던 날 수면제를 먹여 잠든 남편을 차에 태워 저수지에 밀어 넣었던 그 순간을 떠올린다. 남편을 살해하고 빗속을 울며 걸어 나오는 추상은은 미친 듯이 "죽어야지... 죽어... 살고, 살고 싶어.."를 반복한다. 거기에는 남편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분노 나아가 그것이 자신이 살고픈 욕망 때문이라는 게 담겨있다. 임지연의 미친 연기력이 또다시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깨어난 추상은은 자신이 가진 죄책감이 바로 그 살해의 순간 뱃속에 있던 아기로 인해 결코 지워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초음파검사를 해주는 의사가 아기도 엄마랑 같은 감정을 느낀다며 "다 아는 거죠. 지금 우리 엄마가 어떤 지를. 뭐랄까 마치..."라고 하자, 추상은은 뜬금없이 이렇게 말한다. "목격자. 목격자 같은 거네요." 그의 심리상태가 어떤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꾹꾹 눌러 놓은 사건들과 거기 감춰진 비밀들. 하지만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고 끝내 밖으로 비어져 나오는 진실. 그것이 <마당이 있는 집>이 가진 서사의 폭발력을 만든다. 그런데 그 폭발력에 강력한 화력을 부여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연기자들이다. 임지연과 김태희는 물론이고 김성오와 차성제 그리고 슬쩍 지나가는 주변 인물들까지. 결코 쉽지 않았을 감정 연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실로 미친 연기 아닌 이가 없을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지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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