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층 문제 해결하자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3. 7. 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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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열린 여름철 냉방비 지원 대책 당·정 협의회 모습. 국민의힘 제공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2월까지 국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이른바 ‘난방비 폭탄’을 부른 가스·열 요금 인상이었다. 가구와 시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35∼42%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오른 가스 요금으로 중산층과 서민, 중·소상공인, 자영업 종사자 등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었다.

특히 지난 1월 도시가스 요금은 1998년 4월 외환위기 시절 급등했던 38.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36.2%)을 기록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수직 상승하고, 지난겨울 한파까지 몰아치는 등 크고 작은 외부 요인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적시에 가격 인상을 놓친 요금 조절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시적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이번 여름엔 기후변화와 슈퍼 엘니뇨 등으로 역대 가장 더운 무더위가 닥칠 것으로 예고돼 서민들의 전기요금 걱정이 다시 깊어졌다. 특히 최근 한국전력공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여름 4인 가구가 날마다 약 10시간씩 에어컨을 틀면 최대 14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냉·난방비 등 에너지·전기 요금 부담은 취약 계층에 더 가혹하다. 에너지 빈곤층은 보통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이나 조명에 사용하고, 적정 수준의 난방(거실 21도, 그 외 사용하는 방 18도)을 하지 못하는 가구를 이르는데, 지난달 1일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가 난방비로 지출한 비용은 월평균 12만6475원으로 전년 동기(10만288원) 대비 2만6187원(26.1%) 많았다. 또 중위소득 50% 이하의 홀몸노인 빈곤 가구도 1분기 연료비 지출액이 지난해보다 35%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1분위 가구의 월 소득은 68만원가량으로, 월 소득의 최소 10%에서 최대 25% 이상을 연료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소득 최상위 계층인 10분위 가구의 연료비는 11만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6.6%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월 소득은 1279만원으로, 연료비가 이에 미치는 영향은 1%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 주요 사업 평가’ 보고서는 “정부 차원의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 필요하다”고 밝혀 아직 국가적인 규모로 전체 에너지 빈곤가구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다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의 약 8%인 130만이 에너지 빈곤가구로 알려졌는데,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사태와 국제 에너지 공급 위기를 겪은 현재는 더 많은 가구가 에너지 위기에 봉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겨울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거나 전기와 가스를 차단한 채 지낸 에너지 극빈층이 무려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사회의 에너지 빈곤층이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됐으며, 소득이 적은 가구와 많은 가구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에너지시민연대가 에너지 취약가구 298가구를 대상으로 여름철 에너지 빈곤층 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보더라도 이들 대부분은 약 44.3㎡(13.4평) 정도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가구 유형과 경제활동 상황을 보면 노인 세대가 252가구(85%), 그리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가구가 229가구(77%), 월평균 가구 소득이 31만∼60만원인 가구가 59%(175가구)로 조사돼 경제 사정과 환경이 에너지 빈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겨울철 이들의 주요 난방원인 석탄·석유 연료 등이 기후 대응을 위한 대표적 퇴출 연료로 지목된 만큼 이들을 위한 전기요금 지원, 세제 혜택, 금융 안전망 구축 등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 주요 지원 정책인 에너지 바우처(연료비 지원, 에너지 요금 할인) 지급, 에너지 전환 지원 등보다 더 실질적인 대책과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이들 세대에 대한 금융 안전망 구축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지난 정부 내내 기존 지원 방법과 대책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만큼은 에너지 빈곤층 문제를 복지 차원이 아닌, 종합적인 에너지 전환대책 및 금융정책 차원에서 다루길 기대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 유엔환경계획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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