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음란사진에 이어 '또'…제주 초등학생이 강제추행

제주CBS 고상현 기자 2023. 7. 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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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조치해도 마주쳐"…학폭위, 특별교육 처분
학부모 "왜 피해자가 숨어야 하나…분통 터져"
제주도교육청. 고상현 기자


제주의 한 초등학교 남학생이 또래 여학생에게 음란사진을 보낸 사건[관련기사 노컷뉴스 5월 23일자 : 제주 초등 3학년생 음란사진에 학교 '화들짝']에 이어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 강제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성범죄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 조치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강제추행에 '학폭 신고하겠다' 협박도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지난 5월 24일 오후 3시쯤 도내 모 학원 통학차량에 타고 있던 초등학교 4학년생 A군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3학년생 B양을 수차례 강제 추행했다. A군은 또 차량에 타고 있던 다른 친구에게 함께 추행하자고도 했다. 이 친구는 A군을 나무라며 추행하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A군의 추행이 이뤄지자, B양이 팔꿈치로 A군을 밀었다. A군은 대뜸 B양에게 "이거 학폭(학교폭력)이야. 네가 (강제추행 사실) 말하면 나도 신고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 말을 듣고 겁을 먹은 B양은 학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다음날인 25일 저녁 A군과 같은 반 학생인 B양 오빠가 대신 학부모에게 알려야 했다. 사건을 접하고 놀란 B양 학부모가 곧바로 학교 측에 알렸다. 학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 학부모는 "사건을 접하고 나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바로 전 주에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도 추행 사건이 벌어졌고, 가해학생은 그 빌미로 협박까지 했다. 영악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 딸뿐만 아니라 오빠까지 가슴앓이를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별교육' 처분만…"왜 피해자가 숨어야"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초등학교 자료사진. 박종민 기자

사건 직후 B양 학부모는 학교 측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큰 학교가 아니다 보니 학년이 달라도 같은 건물 같은 층에 가해자와 피해자 교실이 붙어 있어서다. 학교 측은 최대한 동선을 겹치지 않도록 하고 급식도 동시에 안 먹도록 했지만 계속해서 마주치고 있다.

B양 학부모는 "사건 직후인 지난달 초 우리 딸이 가해학생과 함께 현장학습에 갔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 가슴 아팠던 점은 우리 딸이 하굣길에 학교 중앙현관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해학생이 나타나자 숨었다고 하더라. 왜 피해자가 계속 숨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B양 학부모가 바라는 점은 가해자의 전학이다. 이 때문에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과를 기다렸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학교폭력이 확인되면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 △보복행위 금지 △사회봉사 △학급교체 △출석정지 △강제전학 등을 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A군에 대해 피해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와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과 협박 등 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4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4시간만 처분했다. B양에게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과 조언을 권고했다.

B양 학부모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과에 대해 "울화통이 터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진 추행 사건인데 가장 경미하게 처분한 게 말이 되는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 역시 A군이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해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안내했다. A군은 형법상 만 14세가 되지 않아 형사 처벌할 수 없는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해 처벌을 피하게 됐다. 소년보호처분이 내려지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도 아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피해학생 보호조치

연합뉴스

초등학교 성범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11일 낮 도내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생 C군이 같은 반에 있는 D양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음란사진을 보냈다. C군 등 3명이 학교 운동장에서 서로의 특정 신체부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이 중 한 사진을 D양에게 보냈다.

이 사건 역시 D양 학부모가 학교 측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측은 D양과 같은 반에 있던 C군을 다른 반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등하굣길, 점심시간, 쉬는 시간 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마주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학교 측은 도교육청 학교폭력 대응 지침에 따라 피해학생 보호 조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피해자 보호 인식이 커지는 상황에는 못 따라가는 현실이다.

D양 학부모는 "형사 미성년자라 처벌이 어렵더라도 엄연히 성범죄 사건이다. 성범죄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데, 관련 제도나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 벌인 사건이라도 피해학생이 눈치 보며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B양 학부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피해자인데 더 피해를 보는 기분이다. 하루하루 불안하다. 신경 안 쓰고 싶은데 딸에게 (가해학생과) 마주쳤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3년을 함께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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