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에서 화학으로...신동빈, 롯데 체질 확 바꿨다
화학군 매출 비중, 2년 연속 유통군 앞질러
유통도 양대 중심축, 혁신·투자 지속 방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중심축을 ‘유통’에서 ‘화학’으로 옮겨놓았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위주인 유통에서 B2B(기업 간 거래)를 주로 하는 화학으로 롯데의 ‘체질’을 확연히 바꿨다. 이를 통해 롯데는 신성장동력 확보와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화학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처음으로 유통 사업을 앞지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화학 사업군은 신 회장 등 오너가(家)의 전폭적인 지원을 토대로 앞으로 더 빨리 외형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4일 그룹 지주사 롯데지주가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84조8000억원 규모였다. 이 중 화학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33.8%(28조6594억원)로, 25.5%의 유통군(21조6606억원)를 앞질렀다. 2021년 사상 처음으로 화학군이 유통군 매출을 앞지른 데 이어 2년 연속이다.
특히 지난해 두 사업군의 매출 비중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유통과 화학 사업 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2020년 39.0%와 34.0%에서 2021년 27.7%와 32.6%로 역전됐는데, 이 격차가 4.9%포인트에서 지난해 8.3%포인트로 약 두배 커진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유통군과 화학군의 매출은 각각 4.8%, 18.1%씩 모두 늘긴 했는데, 상대적으로 화학 매출이 더 커지면서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올해도 화학군의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로 넘어온 만큼 유통군도 매출이 많이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3월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영향으로 화학군의 매출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그룹 내 화학 사업의 입지가 급속도로 커지는 배경에는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오너가의 관심이 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출신이다. 1990년 상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또 2016년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이자, 롯데 창립 이래 최대 규모였던 삼성그룹 화학부문(삼성SDI 케미칼사업부·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의 인수·합병도 주도한 만큼, 화학에 대한 관심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기획담당 부장으로 입사한 신 상무는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에 임명됐고, 같은 해 12월 상무로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신 상무가 석유화학사업을 중심으로 한일 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롯데 화학 계열사들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찾고 사업을 키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스페셜티를 비롯해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을 통해 2030년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수소, 이차전지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그린에너지·스페셜티 소재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 일환으로 3월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배터리 동박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화학 사업 투자에 집중하는 동시에 ‘본령’이었던 유통 사업도 화학과 함께 양대 중심축으로 삼고 혁신과 투자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롯데 유통군은 올해 전반적인 유통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업태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MD(상품 기획자) 강화, 점포 재단장, 차별화한 문화 콘텐츠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유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프리미엄 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열 계획이다. 연면적 10만7000평 규모로 쇼핑몰·오피스·호텔·레지던스가 들어선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시너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통합 소싱(조달)을 통해 행사 제품의 물량을 늘렸다. ‘오늘좋은’, ‘요리하다’ 등 PB(자체 브랜드) 제품 강화로 수익성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e-커머스는 버티컬서비스(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를 중심으로 매출과 이익을 모두 올릴 계획이다. 롯데 e-커머스는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 ▷패션 전문관 ‘온앤더패션’ ▷아동 전문관 ‘온앤더키즈’ 등 4개의 버티컬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롯데 유통군은 국내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2025년 첫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건립하는 등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지을 계획이다. 김벼리·한영대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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