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프랑스 인종차별…국회의원 6%만 소수민족 출신
흑인, 백인보다 불심검문 확률 12배 높아…이민자 지역 빈곤율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알제리계 10대 소년의 사망에도 '경찰 업무 집행 과정에 인종차별은 없다'는 프랑스 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할 데이터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프랑스 정부가 집계한 출생 국가 데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의 약 10.5%(690만명)가 프랑스 외 지역에서 태어났으며, 이 중 500만명은 유럽 밖, 대부분 아프리카 출신이다.
이는 2021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인구조사에서 약 20%가 백인 외 인종이었던 영국보다 프랑스 내 인종 다양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프랑스 내 소수자들의 정치적 대표성도 인근 국가들보다 뒤처진다.
텔레그래프가 확인한 각종 통계치와 추정치에 따르면, 프랑스는 소수 집단 출신의 국회의원 비율이 독일·영국의 11%보다 적은 6%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총리·재무·외무·내무장관 등 4대 주요 직책 중 어느 하나도 소수 민족 출신이 차지한 적이 없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수십년간 가장 성공적인 프랑스 영화 수출작인 '증오'와 '언터처블'이 프랑스 내 소수자들이 직면한 불평등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프랑스 영화 산업은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한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소수 민족 출신은 1년간 13%에 불과하다.
이는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4분의 3이 비(非)백인인 것과는 대조적인데, 이들도 지난해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한 뒤 인종차별적 공격을 피하진 못했다.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일상에 만연해 있다.
2019년 프랑스 정부의 차별기구가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슬림의 42%가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주로 직장과 주거 문제에서 발생했다.
프랑스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도 응답자의 91%가 차별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49%)은 조사 시기 기준 1년 안에 언어적 폭력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IPSOS)와 CRAN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별의 종류는 대부분 무시나 무례함, 채용 거절, 승진 누락, 경찰 불심 검문, 주택 임차 거절, 신체적 폭력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의 괴롭힘은 무슬림과 흑인 모두가 직면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차별 중 하나로 꼽힌다.
'열린 사회 정의 이니셔티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의 특정 지역에서는 흑인이 백인보다 불심 검문당할 확률이 최대 12배 더 높았고, 아랍인의 경우 조사 대상 지역 중 한 곳에서는 그 차이가 15배에 달했다.
이들 지역은 빈곤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통계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이민자가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의 빈곤율은 17%이며 이민자 수가 적은 지역의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12%로 나타났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반세기 동안 프랑스에서 증오범죄, 특히 이슬람 혐오증이 급격히 증가했다고도 지적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에 따르면 독일과 스페인에서 경찰에 신고된 증오범죄는 2017년 이후 약 30% 증가했는데 프랑스에서는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몇 년 전 프랑스 내무부는 실제 증오 범죄가 연간 70만 건에 달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평등'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인종적 긴장이나 불평등은 다루기 곤란한 주제"라며 "프랑스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인종차별이 없는' 국가이기 때문에 인종 불평등의 현실을 파악하는 게 쉽진 않다"고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특히 "프랑스에서는 나치 점령기의 여파로 인구 조사를 포함한 공식 설문조사에서 인종이나 종교에 대한 질문이 금지돼 있다"며 "데이터 기반 정책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이는 사회 불평등의 실제 규모를 모호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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