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할머니’ 최경희 “아이들에게 영웅담 들려주니 치매도 예방”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7. 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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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한국국학진흥원 ‘6070 이야기 예술인’
10년째 유아교육기관서 동화 구연
“곧 80세이지만 10년은 더 하고 싶어”
최경희 씨(79)가 ‘6070 이야기 예술인’ 사업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구연 동화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나이죠.”

올해 일흔아홉, 내년이면 만 80살을 맞는 최경희 씨는 9년째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이다. 최씨는 3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내년이면 유아교육 기관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한 지 10년이 된다”며 “앞으로도 10년은 더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함께 하는 ‘6070 이야기 예술인’ 사업은 2009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14년간 총 6490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매년 초 서류·면접전형을 통해 지역별로 여성 어르신을 선발하고, 6개월간 총 60시간의 양성 과정을 거친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유아교육 기관 2만8160곳 중 31%인 8617곳에 이들이 파견됐다. 애초 30명 선발로 시작된 사업은 매년 규모가 커져 올해는 3162명이 활동 중이다. 활동 기한은 기수에 따라 5년, 최장 10년이다.

최씨는 “경주 대갓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예술 교육을 받았는데 관심은 있었지만 성공을 못했다”며 “항상 뭔가 부족함을 느꼈기에 배우는 걸 좋아했고 인생을 꽃피워보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에서 학원 운영 사업을 하다가 남편의 고향인 경기 이천으로 이사했는데, 틈틈이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시 낭송, 동화 구연 등을 배웠던 것이 노년에 새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최씨 같은 이야기 할머니는 우리나라 역사 속 영웅담을 외워서 직접 구연한다. 주요 청자는 5~7세 어린이다. 최씨는 “2남 2녀를 뒀고 손주들도 있지만 따로 사니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쉽지 않다”며 “남의 손주라도 그렇게 예쁘더라. 아이들이 웃으면서 안기는데,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생활이 또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또 “의무적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역사도 익히고 두뇌 회전이 되면서 치매 예방도 된다”며 “한국사에 매력을 느껴서 요즘 따로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이야기 할머니’로서 10년을 맞는 최경희 씨. 사진=본인 제공
노화도 관리한다. 젊었을 때부터 온갖 종류의 운동을 즐겼다는 최씨는 “근력 운동의 소중함을 깨닫고 20년 전부터 꾸준히 헬스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2~3회, 연간 34주(총 85회) 출퇴근하는 생활도 그저 “재미있다”고 했다. “활동 기간이 끝나면 ‘이제 뭐 하고 살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이라도 준비해볼까 싶지만 몸이 버티기 힘들 것 같아요. 대신 직접 학교든 교육청이든 찾아다니며 무료로 한국사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때 가서 제 몸 상태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제 건강을 위해 노력할 뿐이죠.”

문체부는 현재 유치원·어린이집 등으로 정해져 있는 이야기 할머니의 파견 범위를 8월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 서비스인 ‘늘봄학교’로 넓힐 예정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노년층의 옛이야기 구연을 통해 유아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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