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제로음료 감미료 '아스파탐' 발암성 '진짜 의미'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2023. 7. 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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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칼로리 탄산음료에 든 감미료 ‘아스파탐’의 인체 발암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기가 뜨겁게 치솟고 있는 ‘제로 슈가’ 제품에 사용되는 대체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의 인체 발암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14일 아스파탐을 ‘인체발암 가능물질’(2B군)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아스파탐의 인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것도 아니고 아스파탐이 시장에서 당장 퇴출되는 것도 아니다. 당뇨 등의 증상 때문에 설탕을 섭취할 수 없는 소비자에게 아스파탐은 여전히 훌륭한 대안으로 활용될 것이다.

물론 IARC의 인체발암물질 지정을 애써 외면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당장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어야 할 이유도 없다. IARC의 분류는 소비자에게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문가와 정부에게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더욱 강화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인체발암성을 확인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소비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는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와 각국의 식품안전괸리기관이 담당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결정하는 ‘허용기준’을 주목해야 한다.

암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학물질의 섭취‧접촉‧흡입 등의 노출이 가장 잘 알려져있는 발병 원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쉽지 않은 인체발암성의 분류

암(癌)은 세포의 비정상인 성장으로 유발되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성장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고 신체의 다른 정기로 전이될 수 있는 고약한 질병이다. 암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PET(양전자방출단층촬용) 등의 진단기술과 화학요법 등의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암의 경우 완치율이 90%를 넘어섰다.

암은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학물질의 섭취‧접촉‧흡입 등의 노출이 가장 잘 알려져있는 발병 원인이다.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사실이 확인된 인체발암물질의 노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가장 확실한 암 예방법이다. IARC가 1970년부터 인체 발암성이 의심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인체발암물질 목록’(IARC Monograph)을 발행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IARC은 발암물질을 ‘1군’(인체발암물질 126종), ‘2A군’(인체발암추정물질 94종), ‘2B’(인체발암가능물질 322종), ‘3군’(인체발암비분류물질 500여종), ‘4군’(비인체발암물질)으로 분류한다. 지금까지 1군 126종 2A군 94종 2B군 322종이 포함되어 있고 인체발암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는 3군에는 500여종, 인체발암성이 없는 것이 확실한 4군에는 카프로락탐 1종이 포함되어 있다.

IARC의 인체발암성 분류는 ‘발암 강도’가 아니라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래서 1군이 2A나 2B보다 더 위험하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우리가 1군 발암물질의 사용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술(에탄올)‧담배‧젓갈(중국식)‧가공육‧석면‧햇빛‧방사선 등이 모두 1군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일상적인 노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암은 대표적인 ‘만성’(chronic) 질병이다. 복어독(테트로도특신)처럼 ‘급성’(acute)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체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을 한 번 보거나 만지거나 먹는다고 당장 암에 걸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발암성은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적‧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만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의 요란스러운 경고는 절대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가 IARC의 인체발암물질 지정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2015년에는 햄‧소시지 등의 가공육이 ‘인체발암물질’인 1군으로 지정되고 쇠고기를 비롯한 적색육이 ‘인체발암추정물질’ 2A군으로 지정되어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가 요란한 먹방 쇼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가공육‧적색육에 의한 암 발생 증가가 확인되지도 않았고 우리의 소비 패턴에 심각한 변화가 생기지도 않았다. 가공육‧적색육에 대한 우리의 떠들썩했던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지고 말았다.

아스파탐이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어서 인체 안전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인공’이라서 위험한 것이 아니다

  
아스파탐(Aspartame)은 설탕보다 200배 이상 강한 닷 맛을 내는 감미료다. 1965년 미국의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화학자 제임스 슬래터가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에 우연히 발명했다.

1879년 역시 미국에서 우연히 개발된 사카린과 마찬가지로 아스파탐도 영양학적 가치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감미료다. 우리의 소화기관에서 흡수되어 생존에 필요한 열량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스파탐이 ‘다이어트 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개발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아스파탐이 몸속에서 분해되어 페닐알라닌과 아스파트산과 같은 아미노산과 함께 소량의 맹독성 메탄올이 생성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특별한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 미국의 FDA가 1981년부터 아스파탐을 식품첨가물로 승인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스파탐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인정하고 있다.

아스파탐이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어서 인체 안전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절대 아니다. 논란이 많았던 사카린도 이제는 인체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과학적을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반대로 자연에서 생산되는 천연물이라고 모두 안전하다는 인식도 매우 잘못된 것이다.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독버섯의 무스카린 야생 감자의 솔라닌 보톨리누스균의 보톨리늄 독소는 모두 천연물이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아스파탐을 무한정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나 그렇듯이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걸코 바람직하지 않다. 식약처는 체중 1킬로그램당 40밀리그램을 일일섭취허용량(ADI)으로 권장하고 있다. ADI를 50밀리그램으로 설정하고 있는 미국 FDA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다. 체중 60킬로그램인 성인은 하루 55캔의 다이어트 콜라가 허용된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제로 슈가’ 제품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 프랑스의 연구팀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성인 10만여 명의 식단 생활방식 건강 정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평소 많은 양의 아스파탐을 섭취한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암 위험이 15%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2006년 쥐 실험에서 백혈병과 림프종의 발생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아스파탐의 인체발암성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프랑스 연구의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체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분석 대상의 규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의 식단과 생활방식에 대한 개인의 기억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백한 과학적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보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의 쥐 실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IARC가 어떤 근거를 확보했고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IARC의 인체발암물질 분류가 언제나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1990년에는 커피를 아스파탐과 같은 인체발암가능물질(2B군)으로 분류했지만 2016년에는 새로 밝혀진 과학 연구의 결과 때문에 2B군에서 커피를 제외시킨 경우도 있었다. 

아스파탐의 2B군 분류가 확정되더라도 아스파탐의 식품첨가물 승인이 취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뇨 증상 때문에 설탕을 섭취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사카린‧아스파탐과 같은 대체 감미료는 여전히 기적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인체발암성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인체발암성이 분명하게 확인된 술‧담배를 포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발암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의 효용 가치는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일일섭취허용기준이 조금 더 낮아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9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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