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잇단 가톨릭 사제 성범죄…대책은?
[앵커]
지난 5월 말 미국 일리노이주 정부가 70년 동안 2,000 명에 육박하는 아동이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들로부터 성학대를 당했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렇게 오랜 기간 이뤄져 온 건지, 가톨릭 내부의 자정 작용은 제대로 작동을 하는 건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짚어봅니다.
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 정부가 가톨릭 성직자 등의 아동 성학대 보고서를 내놨죠?
[답변]
네, 미국 일리노이주 법무부가,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범죄와 관련해서, 지난 수년간 시카고 대교구를 포함한 여섯 개의 교구를 대상으로 수사를 착수했고요.
그 결과를 지난 5월에 발표했습니다.
언급하신 대로, 1950년 이후로 450명이 넘는 성직자들이 2000명이 넘는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조사는 법무부가 투입한 25명의 직원이, 교구로부터 10만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자료를 넘겨받고, 600건이 넘는 피해자들과의 심층 면담을 수행하면서 이루어졌습니 다.
물론, 이 보고서에 대해서 교회도 공식 성명을 내놓았는데요.
시카고 대교구 추기경인 블래이스 수핏츠(Cupich) 신부는 보고서에서 언급된 모든 범죄를 강력히 규탄했고, 교회 스스로는 1992년에 이미, 성범죄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점검했었고, 이후로 주 정부의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이런 일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이뤄질 수 있었을까요?
[답변]
교회를 향한, 피해자 단체 스냅(Survivors Network of those Abused by Priests)이 한 비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는데요.
요약하자면, 성범죄자 처리 관련 교회의 정책이 너무 약하고(weak) 모호하고(vague) 그리고, 있었다고 해도,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rarely followed)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응 방식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었는데요.
교회가 피해자들이 가해자들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방치하거나, 교구 주민들에게 문제를 고지하지 않거나, 그리고 혐의 사실 자체를 공식화하는 데 오랜 시간을 지체하는 등의 문제점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가장 극적인 예로, 일리노이주의 데니엘 맥코믹(Daniel McCormack) 신부는, 신학생 시절부터 성범죄 관련 문제를 야기시킨 인물이었는데요.
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시카고 서부 여러 교구를 옮겨 다니면서 사역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피해자 들이 호소하는 것은, 맥코믹 신부가 2005년에 이미 성학대로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있었음에도 교회가 그의 성직을 박탈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앵커]
가톨릭 내부의 자정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아이러니하게도, 교회가 사회로부터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부패나 범죄에 대한 공개를 오히려 더 조심스럽고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회 내에서는, 성직자들의 권위와 교회의 성스러운 권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신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노틀담 대학의 캐털린 커밍스 교수는 2018년 뉴욕 타임스지 기고문에서, 평신도들이 자문위원회 등의 명목상의 참여를 넘어 교회 운영의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 합니다.
그리고, 해당 범죄가 공적 범주에 들어가는 행위인데, 교회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self-report 혹은 self-policing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혐의가 있는 성직자를 교회가 운영하는 심리-치료 센터로 보내서 교회 스스로 평가하고 교화하려고 하는 태도입니다.
성범죄 관련 사안은 내부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될 사안이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구조적인 예로, 교구(Parish)와 수도회(Order)라는 교회 내 다른 지위의 조직이 존재합니다.
교구와는 달리 수도회는 고유한 자치권을 행사합니다.
따라서, 이들 이 인사 문제에 있어 독립적 지위를 행사해서, 문제가 있는 성직자들의 치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앵커]
종교적 믿음을 이용한 성직자들의 범죄, 특히 아동 상대 범죄는 그 비난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이런 범죄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답변]
원론적으로, 종교단체들이 비종교인, 비종교단체보다 더 투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문제를 일으킨 구성인들에 대해 더 엄격한 규율로 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교 내에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이, 시대에 걸맞지 않은 위계질서로 인해 방해받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윤리적인 혹은 범죄와 관련해서는, 성직자-신자의 차별을 두지 않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겠고요.
이를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사건 발생 시, 일단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고,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할 교회-내-프로토콜을 수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부 기관-경찰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교회 내, “특별 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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