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간 소음'이 선물해준 로맨스…영화 '빈틈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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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간·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다닥다닥 붙은 집에서 매일 같이 소음에 시달리는 한국인에게 딱 맞는 소재를 썼지만, 사실 이 작품은 클로비스 코르니악 감독의 프랑스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2016)을 리메이크했다.
'벽간 소음 로맨스'라는 주요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원수처럼 지내던 누군가와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며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스토리는 많이 봐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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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벽간·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소음 스트레스를 주는 이웃을 스토킹하고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흉기를 들고 소음 유발자를 찾아가거나 폭행했다는 뉴스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기상천외한 소음 복수법이 공유된다. 이웃집을 향해 대형 스피커를 설치한 뒤 음악 틀기, 불쾌한 음식 냄새와 담배 연기 보내기, 제자리뛰기 같은 것들이다.
이우철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빈틈없는 사이' 주인공 라니(한승연 분)와 승진(이지훈)도 처음엔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식으로 서로가 내는 소음에 대응한다. 라니는 집에서 풍선 수십 개를 터뜨리고 승진은 전자 기타를 친다.
두 사람이 사는 곳은 일반적인 집보다 방음 상태가 심각하다. 얇디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실은 한집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생활 소음이 모두 들린다. 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말하지 않아도 대화가 충분히 가능할 정도다.
무의미한 소음 경쟁에 지친 두 사람은 공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도를 찾는다. 하루에 네 시간씩 교대로 시간을 나누어 쓰는 것이다. 라니가 네 시간을 자유롭게 생활하고 나면 승진이 다음 네 시간을 마음껏 소리를 내며 지낼 수 있다. 그렇게 둘 간의 평화가 찾아온다.
한 사람이 소리를 낼 때 다른 한 사람은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규칙은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게 만든다. 통화 내용은 물론이고 고민, 비밀 심지어 언제 어떻게 용변을 보는지까지 훤하다. 투명 인간이 매분 매초 나를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둘에게 로맨스가 파고들 자리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라니와 승진은 오히려 서로의 고민을 들키는 바람에 더 솔직해지고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벽을 마주하고 술을 마시고 밥을 먹으며 대화하는 일도 잦아진다.
그런데 둘은 웬일인지 실제로 만나는 법은 없다. 각자 집으로 가는 출입구가 다른 탓도 있지만, 라니는 승진과의 대면을 뒤로 미룬다. 둘은 서로를 목소리로만 구분할 뿐 바로 옆을 지나쳐도 알아보지 못한다. 온라인인 듯, 오프라인인 듯한 두 사람의 연애는 어떤 결론을 맞을까.
다닥다닥 붙은 집에서 매일 같이 소음에 시달리는 한국인에게 딱 맞는 소재를 썼지만, 사실 이 작품은 클로비스 코르니악 감독의 프랑스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2016)을 리메이크했다. 벽 넘어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한국적 요소를 가득 담아 재해석했다. 최근 보기 드물었던 국내 로맨틱 코미디여서 장르 자체의 강점도 있다.
그러나 곳곳에 일차원적인 코미디인 생리 현상 개그를 활용한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벽간 소음 로맨스'라는 주요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원수처럼 지내던 누군가와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며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스토리는 많이 봐온 이야기다. 꿈을 버리지 못하고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하는 남자, 사회에서 쓴맛을 본 뒤 외톨이가 된 여자, 눈치 없이 술을 들고 벗의 집을 찾는 친구들 등 캐릭터도 다소 뻔한 면이 있다.
오는 5일 개봉. 112분. 15세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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