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통일·보훈 이름 빼고 다 바꾼다 [용산실록]
“보훈, 독립·호국·민주 가운데 민주만 부각 바로 잡아야”
[헤럴드경제=신대원·박상현 기자] “통일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지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보훈은 크게 독립과 호국, 민주 세 분야인데 이전까지 너무 민주만 부각된 측면이 있었다.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2년차에 접어들어 장·차관 인사 조직개편을 통해 국정 운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통일과 보훈 분야에서의 변화가 주목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윤석열 정부의 통일과 보훈 철학이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먼저 통일부의 경우 전례 없는 학자 출신 장관과 외교부 출신 차관, 그리고 교수 출신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진용이 꾸려지고, 통일부 출신이 배제되면서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실상 통일부 이름만 남고 임무와 역할이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통일부의 전면 쇄신을 주문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 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첫 출근하는 길에 “통일부 역할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이 취임 일성으로 “통일부가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문 차관은 윤 대통령이 신임 차관들과 가진 오찬에서 통일부의 변화를 요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일부 안팎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일부 전 고위당국자는 “저를 포함해 통일부가 그동안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대한 각성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통일부를 나온 뒤 ‘통일부는 무조건 북한과 대화와 협력만 하자는 조직이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런 인식이 고착화되기까지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변화가 필요한데 변화를 이끌만한 사람이 내부에 없으니 외부에서 찾은 것”이라면서 “선배 입장에서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후배들이 실망하거나 좌절만 하지 말고 바뀐 환경에서 전문성과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기존 통일과 남북대화·교류·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던 통일부의 임무와 역할은 향후 북한 비핵화와 북한주민 인권문제 해결로 무게추가 옮겨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윤 대통령의 질책 아닌 질책 이후 “담대한 구상에 따른 북한 비핵화 및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쇄신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꾸준히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가치와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격상, 그리고 뒤늦게 부로 올라선 보훈부가 행정부 19개 부처 직제상 9번째 자리하게 된 것 역시 윤 대통령의 가치와 원칙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전날 “가짜 독립유공자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고, 보훈부가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았지만 서훈 적절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사례에 대해 재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역시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보훈 분야에서 적극 관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적 재검토 대상으로는 좌익활동 논란이 있었던 손혜원 전 의원의 부친 손용우 씨, 공적 진위 의혹이 일었던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 김근수·전월선 씨 등이 거론된다.
반면 친일논란으로 인해 서훈 심사가 보류되거나 서훈이 박탈된 조봉암과 장지연 등은 재서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과 백선엽 장군 기념사업에 공들이는 것 역시 일부 과실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에 기여한 공로를 보다 높이 평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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